하카마다 이와오(왼쪽) 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AFP]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일본에서 1966년 발생한 일가족 살인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약 48년간 수감 생활을 한 사형수가 58년 만에 살인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8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우네모토 나오미 일본 검찰총장은 강도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됐던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 씨가 재심 재판에서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이날 담화를 통해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네모토 총장은 하카마다 씨에 대해 “결과적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항소하더라도 무죄 판결을 뒤집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은 풀이했다.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형수가 재심을 거쳐 무죄가 확정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직전 사례 4건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하카마다 이와오 씨 누나인 하카마다 히데코 씨는 검찰 담화 발표 이후 취재진에 “드디어 일단락됐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시즈오카지방재판소는 지난달 26일 검찰이 작성한 하카마다 씨 자백 조서와 증거로 제시한 의류 5점 등이 날조됐다고 인정하면서 “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법원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카마다 씨는 1966년 자신이 일하던 혼슈 중부 시즈오카현 된장 공장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무죄라고 항변했으나 1980년 한국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가 사형을 확정했다.
두 차례 재심 청구 끝에 시즈오카지방재판소가 2014년 증거 조작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재심 개시를 결정해 하카마다 씨는 일단 그해 석방됐다. 그는 2010년 기준으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수감된 사형수’로 등재돼 있다.
재심에서는 사건 발생 시점에서 약 1년 2개월이 지난 뒤 범행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의류 5점에 대한 판단이 최대 쟁점이 됐다. 재심 재판부는 이들 의류가 범행 증거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하다”며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