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中’ 러·이스라엘 아래, OCED·G20 중 ‘꼴찌’…‘밸류업’ 무색한 韓 증시 [투자360]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한 해 한국 증시가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사실상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지수가 주요 20개국(G20) 증시 대표 지수들 중 최저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선 꼴찌에서 두 번째 자리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코스피 지수마저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공지능(AI) 랠리와 기준금리 인하 기조 등에 힘입어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인도 증시 등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한국 증시의 소외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코스닥 -11.46%·코스피 -2.83%…美·日·中·대만 ‘두 자릿수’ 수익률

10일 헤럴드경제는 OECD, G20 회원국과 대만, 홍콩 등 48개국의 올해(연초~10월 8일 종가 기준) 증시 수익률을 비교 분석했다.

해당 기간 코스닥 지수는 -11.46%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G20 회원국 주요 증시 지수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38개 회원국 주요 증시 지수들 가운데서도 코스닥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라트비아(-34.33%) 뿐이었다.

코스닥 지수의 수익률은 3년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10.92%)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코스피 지수의 수익률은 -2.83%로 코스닥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물론 친(親) 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1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8.62%) 증시 수익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규모 기준 상위 20개 국가의 증시 주요 지수 중 러시아를 제외하고 코스피보다 수익률이 낮은 국가로는 멕시코(-9.8%) 정도가 눈에 띈다. 멕시코 S&P/BMV IPC 지수는 지난 6월 당선된 좌파 대통령이 급진적 사법 개혁 등을 추진하면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가 흔들렸고, 이에 급락세를 보인 바 있다.

반면, 국내에선 연초부터 정부 주도의 주가 부양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시 중이고, 최근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까지 공개했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세가 더 뼈 아프다는 지적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요 투자처로 꼽히는 증시 지표의 성적표를 살펴본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21.26%의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 +16.97%), 홍콩 항셍지수(+24.65%) 등 주요 선진국 증시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는 대목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7.81%), 대만 자취안(加權) 지수(+26.65%), 인도 니프티50지수(+15.05%) 등 한국 증시와 함께 신흥시장(EM)으로 구분되는 국가 증시마저도 수익률이 치솟았다는 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AI 랠리를 중심으로 미 빅테크(대형 기술주)와 전세계 관련 밸류체인(공급망) 종목들의 주가 상승 속도가 빨랐다”면서 “하반기 들어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50bp 인하, 1bp=0.01%포인트)이 투심을 불지폈고,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거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겨울론’ 직격탄…수급까지 메말라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2900 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코스피 지수가 2500 대까지 내려 앉은 이유로 증권가에선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제기된 ‘반도체 겨울론’을 꼽는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시총 1, 2위 종목이자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한국 증시 전체 시종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총 내 비중에 따라 투자 판단에 나서는 경향이 강한 외국인으로선 반도체 경기와 종목 전망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가 연중 최고가(8만7800원)를 기록했던 지난 7월 11일부터 지난 8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31.32%, 25.52%씩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코스닥 지수도 각각 9.54%, 9.35%씩 내려 앉았다.

반도체 대표 종목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빠른 속도로 하향 조정 중이란 점도 주가 반등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10조3047억원을 크게 밑도는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월 14조3000억원대에서 12조2000억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의 공급 지연,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 등을 지적하며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의 부진을 설명할 수 있는 좀 더 현실적 문제는 ‘수급’이라는 지적도 증권가에서 제기된다. 국내 증시의 올해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1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논쟁 장기화 등의 요인 탓에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줄이고 눈치만 보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자체가 추세적으로 감소 중”이라며 “기관 투자자의 시장 버팀목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수급이 급감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속도가 빨라진다면 파괴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코스닥의 경우 절대 거래대금(매수+매도액)이 빠르게 감소 중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주가 부양을 위해 실시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오히려 코스닥 시장엔 독(毒)으로 작용 중이란 평가도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는 결국 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여력이 큰 코스피 대형 우량주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코스닥 시장을 떠 받치던 개인 수급마저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간 것이 코스닥 시장의 활력 감소로 이어진 주요 요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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