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공개된 조력사망 캡슐 '사르코'.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캡슐 형태 기계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면 5분 내로 사망하는 ‘조력사망 기기’ 사르코(Sarco)가 결국 사용 중단됐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사르코의 판매와 운영을 맡고 있는 조력사망 옹호단체 ‘라스트 리조트’는 이날 “신규 신청자 모집을 중단한다”며 “현재까지 대기 명단에 올라 있는 371명의 조력자살 절차도 당분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르코는 50세 이상이 정신건강 진단서만 있으면 사용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스위스의 조력자살 제도에 비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 7월에 처음 공개된 사르코는 사르코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 누울 정도 크기의 캡슐이다. 의사에게 정신 능력 평가를 받은 사용자가 캡슐에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버튼을 누를 때 어떻게 되는지 아는지’ 등 질문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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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중요한 작동 버튼은 사용자가 직접 누른다. 기기에서 “죽고 싶으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음성이 재생된 후 버튼을 누르면, 30초 이내에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감한다.
업체는 출시 기자회견에서 “단돈 18스위스프랑(약 2만8000원)을 내면 영원한 잠을 잘 수 있다”며 파격적인 제품 이용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기기 한 대당 가격은 1만5000스위스프랑, 개발에 60만 스위스프랑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는 지난달 23일 면역 질환을 앓던 64세 미국인 여성이 스위스 메리스하우젠의 숲속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뒤 자살방조 논란에 휩싸였다. 이 회사 대표인 플로리안 빌레트는 스위스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미국인 여성이 숨질 당시 현장에서 이를 지켜봐 자살을 조장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스위스 정부는 “의료적 효용이 없다”며 사르코의 의료기기 승인 신청을 반려했고, 샤프하우젠 등 일부 지역은 아예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