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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순매도는 지난 9월 3일부터 21일째 계속되고 있다. 국내 증시 향방을 좌지우지하며 ‘큰 손’으로 통하는 외국인의 K-반도체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53.46%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비중은 2022년 하반기 49%선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초 다시 50%를 회복한 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올해 첫 거래일인(1월2일) 54%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7월 56.55%(연중 최고치)까지 올랐지만 3개월여 만에 연중 최저치를 찍게 됐다.
외국인 매도세에 밀려 삼성전자 주가는 6만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10일 오전 9시 30분 기준 장중 5만8900원까지 떨어지는 등 10월 들어 매일같이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국내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부정적 리포트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투심이 얼어붙은 데다 3분기 부진한 영업 실적 발표까지 맞물린 여파가 컸다.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순매도는 지난 9월 3일부터 21거래일 째 계속되고 있다. 역대 삼성전자 연속 순매도 기간은 지난 2022년 3월 25일부터 4월 28일까지의 25일(4조4217억원 순매도)이 최장이었다. 2022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가 치솟자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투심이 나빠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연속 순매도 기간 중 금액으로만 보면, 지금이 역대 최대다. 외국인은 최근 21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 총 9조983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올 들어 외국인은 지난 8월 말까지 해도 반도체 업황과 ‘밸류업’ 시장 기대감 등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총 8조6700억원 어치 순매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월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8조6209억원)를 기록, 이달 들어 연중 순매수세로 돌아선 상태다.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이탈세가 거세진 배경에는 실적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내년까지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삼성전자는 내부적인 문제로 호황에서 소외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등으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양극화도 실적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 D램이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으로 주춤한 반면, AI와 서버용 메모리 등 프리미엄군으로만 시장 수요가 쏠리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빅3’ 중 1위인 삼성만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한 상태다. 3분기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이 부진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을 경험하는 중”이라며 “SK하이닉스와 TSMC 사상 최고 실적, 엔비디아 매출액 2배 성장 등 AI 반도체 열풍에 삼성전자가 소외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차세대인 HBM4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면서 “코스피 지수도 삼성전자 영향으로 내년에도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조1968억원으로 8월(14조3416억원) 대비 14.96% 하향 조정됐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39조9901억원으로 8월(45조3213억원)보다 11.76%나 낮춰졌다. 다만, 현 주가는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진단도 많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수많은 우려 속에서 과매도 구간에 있다”면서 “역사적 최저점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해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