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빛으로 형상화된 훈민정음해례본(훈민정음 창제 원리와 예시를 담은 책) 전시품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제578돌 한글날 당일과 전날 정부 부처들이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글날 기념 학술대회를, 행정안전부가 9일 ‘괜찮아?! 한글’을 주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글날 경축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한글의 맥락과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문해력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가 전국 5848명의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2명이 문해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들은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사례를 묻는 문항에 구체적으로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한다' 등의 답변을 기록했다.
또한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었다', '중3 학생이 수도라는 말을 몰라 충격받았다', '고3이 풍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교원들은 '학생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떻냐'는 질문에 '91.8%가 '저하됐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업 중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총 학생의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이 절반(48.2%)에 가까웠다. '31% 이상'이라는 답변도 19.5%나 됐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도 46.6%나 됐다.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30.4%,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 곤란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21.4%에 달했다.
교원들은 학생의 문해력 개선을 위해 독서 활동을 강화하는 것(32.4%)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토론·글쓰기 등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순으로 답했다.
교원들은 디지털 기기가 학생들의 필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94.3%는 '디지털 보급으로 학생들의 필체 가독성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청소년층의 문해력 저하 원인을 일반적으로 긴시간 숏츠 영상 시청이나 SNS 등 디지털 과몰입이나 2022년까지 이어진 팬데믹 시기의 비대면, 낮은 독서량 등에서 원인을 찾는다.
교총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을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 문제를 해소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