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균 2배’ 취약계층 유·사산 실태조사 한다더니…말 바꾼 복지부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의원실 제공]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지난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의료취약계층에서 평균보다 ‘2배’ 높은 임산부 유·사산이 발생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관련 실태조사에 나선다. 하지만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 매년 실시되는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일부 문항을 추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복지부는 해당 조사에 응답자의 거주 유형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여부, 월평균 가구 소득을 묻는 일부 항목을 추가했다. 지난 7월 서 의원이 의료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의료급여수급 임산부의 높은 유·사산율 통계를 처음으로 분석·공개하며 대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서 의원이 공개한 통계에서 지난해 전체 임산부 30만4460명 가운데 유·사산 비율은 25.2%(7만6835명)로 집계됐다. 이 중 의료급여수급 임산부 2286명의 유·사산율은 절반을 넘는 50.9%(1165명)를 차지해 큰 차이를 보였다. 의료급여수급 대상은 근로 능력이 없거나 희귀·난치질환 등을 이유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을 포함하는 취약계층으로, 이들은 지난해 출산(1121명)보다 유·사산(1165명)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의료급여수급 임산부의 유·사산율은 가임 연령대에 해당하는 20~40대에서 모두 전체 임산부 평균보다 높았다. 일례로 20대 임산부 평균 유·사산율은 32%인 반면, 20대 의료급여수급 임산부에서는 48.7%로 16.7%포인트(p)차를 보였다. 연령요인을 차치하더라도 의료취약계층의 유·사산율이 크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추가된 의료취약계층 유·사산 실태 파악 관련 항목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그럼에도 복지부는 별도 실태조사를 마련하지 않고,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일부 문항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복지부는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 산후조리 실태조사의 목적을 의료취약계층과 거리가 먼 ‘임산부와 신생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산후조리 기초 통계자료 구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사 항목 대부분은 산후조리원 이용 여부, 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 출산 후 모유 수유 여부 등 ‘출산’을 전제로 한다. 응답자의 유·사산 경험을 묻는 문항도 있지만 유독 높은 의료취약계층 유·사산율의 ‘원인’을 파악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 의원은 “취약계층 유·사산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것은 ‘약자 복지’라는 현 정부의 기조에도 부합하고, 저출생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 방안 중 하나임에도 복지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며 “제대로 된 취약계층 유·사산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별도 실태조사를 약속한 복지부의 ‘말 바꾸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16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료취약계층의 유·사산 실태조사를 촉구한 서 의원에게 “의료급여 수급자분들은 중위소득 40% 이하다 보니까 임신 중 에도 생업에 계속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고, 건강 상태가 상대적으로 안 좋기 때문에 사산율이 2배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가지고 제대로 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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