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붙’ 아리셀 위험성평가서, 그대로 심사 통과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 49재'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아리셀이 2023년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고도 가짜로 실시한 것처럼 꾸며 중대재해법으로 기소가 됐는데, 정작 그 가짜 자료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인정 심사를 통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아리셀에 대한 검찰공소장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검찰은 아리셀이 ‘위험성평가 관련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중대재처벌법을 어겼다 보고 기소했다.

공소장 내용을 보면 검찰은 아리셀이 “2023년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아니하였음에도 2022년 위험성평가 자료의 시행일만 2023. 10. 경으로 변경하여 2023년에도 마치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것처럼 2023년 위험성평가 자료를 조작”했다고 봤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노-사가 스스로 발굴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제도로, 산업안전보건법 상 사업주의 의무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법4조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처벌한다.

아리셀의 가짜 위험성평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리셀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 제도를 통해 3년간 계속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정사업장 제도는 100인 미만 사업장이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심사해 인정(70점 이상)하고, 산재보험료 할인(50인 미만)등 혜택을 준다. 교육과 컨설팅 후 실시한 위험성평가에 대해 심사하고 인정이 이뤄지면, 이후 2년간 매년 사업장이 자체로 실시한 위험성평가에 대해 사후심사를 하는데, 아리셀은 2021년에는 81점, 22년에는 88점, 23년에는 75점을 받아 모두 심사를 통과했다.

즉 검찰수사대로라면, 아리셀은 23년에 위험성평가를 하지도 않고 기존 위험성평가서를 날짜만 바꿔 소위 ‘복붙’해 제출했지만, 산업안전공단은 사후심사에서 이를 확인도 안 하고 승인해 준 셈이다. 위험성평가 관련 제도가 얼마나 졸속으로 운영되고 관리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아리셀은 2024년에는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 재신청을 하지 않았고, 위험성평가 자체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2023년 상시근로자 수가 41명이던 아리셀이 2024년부터 상시근로자 수가 52명이 되면서, ‘50인 미만 대상인 보험료 할인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이용우 의원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22년 중대재해감축로드맵을 발표하고, 위험성평가 중심으로 자기규율예방체계를 만들겠다며 정책을 전면 전환하고 있다. 안전보건감독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대신 위험성평가 특화점검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까지 올인(All-In) 중이다.

이용우 의원은 “아리셀 사례는 현재 위험성평가 제도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준다”며 “보험료 할인 목적의 형식적인 사업장 위험성 평가와 거짓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심사 개선”등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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