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부부가 나치에 약탈 당한 클로드 모네의 1865년 작 '보르 드 메르(Bord de Mer)'가 소유주 후손에게 반환됐다. [A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부부가 나치에 약탈 당한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도움으로 소유주 부부의 후손에게 반환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달베르트 벨라 팔라기와 힐다 팔라기는 1936년 오스트리아 미술품 경매에서 '보르 드 메르(Bord de Mer, 바닷가에서)'라는 제목의 파스텔화를 구입했다. 1938년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후 팔라기 가족은 도망쳐야 했고, 소유품을 창고에 남겨뒀다.
1940년 나치는 이 그림과 다른 7점의 예술 작품 등 팔라기 부부의 물품을 압수했고, 나치 미술품 딜러가 보르 드 메르를 구입했다. FBI는 모네가 1865년 그린 이 그림은 1941년에 사라졌다.
벨라 팔라기는 2차 대전 이후 1981년 사망할 때까지 도난 당한 그림을 찾았다. 그의 아들도 2012년 사망할 때까지 가족의 작품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다.
FBI 요원들은 2021년 유럽약탈예술품위원회(CLAE)가 이 그림에 대해 연락한 후 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뉴올리언스의 한 미술품 딜러가 2017년에 이 그림을 인수해 2년 후 개인 수집가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르 드 메르는 지난해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갤러리에 매물로 나왔다. FBI와 뉴욕시 경찰은 그림의 출처를 모르는 소유주에게 연락해 도난 당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소유주들은 자발적으로 당국에 파스텔을 넘기고 소유권을 포기했다. 이후 작품은 팔라기 부부의 손녀 헬렌 로우와 프랑수아즈 팔라기에게 반환됐다.
앤 웨버 유럽약탈예술품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작품을 돌려주는 것은 정의로운 행위"라며 "가족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데니 뉴욕시 FBI 부국장은 요원들이 미술품 반환을 도운 것에 대해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모네의 작품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귀중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팔라기 가족에게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있다"며 "그것은 그들의 역사, 사랑하는 사람들, 거의 지워질 뻔했던 유산과의 연결고리다. 너무나 잔인하게 빼앗긴 것을 되찾는 것과 관련된 감정은 값을 매길 수 없고, 매우 귀중하다"고 말했다.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따르면 유럽 예술품의 약 20%가 나치에 의해 약탈 당했다. 세계유대인배상기구(WJRO)와 독일에 대한 유대인 청구권 회의(CJMCAG)는 지난 3월 홀로코스트 기간 동안 도난 당한 예술품을 반환하는 데 24개국이 "거의 또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홀로코스트 기간 동안 도난 당한 60만점의 그림과 수백만 점의 책, 필사본, 의식용 종교 물품, 기타 문화적 유물 중 10만점 이상이 반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