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0.25%p 인하한 연 3.25%로 내렸습니다. 3년 2개월 만입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 해석됩니다. 다만 앞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을 경우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물가가 크게 올랐던 사례가 적지 않아 혹시 이번에도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13일 한국은행 가계신용통계에 따르면 2024년 2분기말 기준 가계부채는 약 1860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03%에 해당합니다. 금리를 인하해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부채가 증가하면 가계 상환 부담이 커지고 향후 금리가 다시 상승할 경우 금융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과거에도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을 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급증하며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했죠. 2010년 말 가계부채는 약 801조원이었지만, 불과 1년 만인 2011년 말에는 약 911조원으로 1년 사이 약 110조원이 증가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진 적이 있습니다. 또, 2015~2016년 금리 인하 이후에도 가계부채는 빠르게 증가해 2016년 말에는 13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처럼 낮은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크게 늘리며 가계 재정 부담을 키웠습니다.
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 인하로 내수가 회복됐지만, 201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는 급격한 물가 상승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6~2017년 금리 인하 이후에도 소비와 수요가 늘면서 2017년 하반기부터 물가가 다시 상승했죠. 이는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며 서민 경제에 부담을 줬습니다. 물론 올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금리 인하로 인한 소비 증가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원자재나 연료비 상승이 겹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죠.
한은이 이런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하를 단행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나라 경기·성장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지난 달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 '한국경제보고서' 발표 당시보다 0.1%포인트(p) 하향 조정한 2.5%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에 높은 금리와 물가에 억눌린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에 숨통을 틔워주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위험 요인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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