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시청 인근 어린이집 앞 금연구역에서 한 남성이 흡연을 하며 휴대폰을 보고 있다. 이용경 기자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산책하러 나왔다가 길거리 담배 냄새 때문에 어지럽네요.”
일요일인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 쓰고, 흡연자를 최대한 피해가려 하는데도 늘 담배 냄새로 고통을 겪는다. 흡연자의 권리는 충분히 존중하지만,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내 권리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시민들이 오가는 거리 곳곳에선 담배 연기를 내뿜는 흡연자들이 보였다. 심지어 금연구역 표지판이 설치된 곳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8월 17일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경계 30m 이내까지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구역에서 흡연하다 적발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16일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의 금연구역을 시설 경계 10m에서 30m 이내로 확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과 학교 주변의 금연구역을 시설 경계 30m 이내로 신설하는 초·중등교육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뤄졌다.
하지만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여전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포함한 금연구역에선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많았다. 금연구역 표지판이 설치된 장소일수록 흡연자들은 오히려 더 많이 모여 있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지난 5년간 ‘금연구역 종류별 과태료 부과건수 및 부과금액’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시설별 금연구역에서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총 4만8236건이며 부과된 과태료 액수는 총 44억8278만8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금연구역에서 흡연행위 적발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도 지난 5년간 총 2048건, 과태료 액수는 총 1억611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상반기) 98건(690만원), 2020년 531건(4193만원), 2021년 1069건(8189만원), 2022년 200건(1794만원), 2023년 150건(1247만원)으로 집계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경계 10m 이내에서 적발된 건수의 경우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상반기) 98건(931만원), 2020년 99건(969만원), 2021년 77건(754만원), 2022년 73건(632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다 2023년 총 371건이 적발돼 370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1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 한 건물 앞 금연구역에서 흡연자들이 버젓이 담배를 피고 있다. 이용경 기자 |
이처럼 현행법상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금연구역 단속 강도는 낮은 상황이다. 비흡연자인 20대 직장인 A씨는 “그동안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단속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모습을 본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다”며 “담배 안 피는 사람들만 손해”라고 불평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체 25개구에 총 122명의 단속 인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가나 시에서 예산을 보조하지 않고, 오로지 구 자체 예산으로만 운영하다보니 구별 단속 인원수는 물론 그에 따른 단속 실적 건수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연구역은 구마다 넓은데도 흡연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인력은 굉장히 적다”며 “어떤 구에선 단속 인원이 10명이 넘는 반면, 어떤 구에선 2명 밖에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모든 지역을 커버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재는 과태료보다 계도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단속 공무원들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시민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무척 힘들어 한다”며 “예산 지원도 중요하지만, 시민 개개인이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성숙한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