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국내 증시의 정보기술(IT) 분야 대장주이자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카카오(네카오)의 외국인 지분율이 연중 최저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기술 우위를 굳혀가는 반면, 국내 IT 기업들은 생성형 AI 비전과 서비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빠진 결과로 분석된다. 한미 금리 인하에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저점 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만 깊어지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코스콤에 따르면, ‘네카오’를 보유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일제히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의 외국인 비중은 각각 42.59%(9월 20일), 26.1%(9월 10일)였다. 연초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은 48.34%로 올 들어 5.41%포인트(p) 낮아졌다.
불과 2년만 해도 50%대를 웃돌았지만 이달 들어선 43%대도 뚫지 못하는 상태다. 카카오의 외국인 비중은 지난 3월 28.2%까지 올랐다가 현재 26.51%로 줄어든 상태다.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이 연초 18.8%에서 지난 11일 19.24%로 소폭(0.44%p) 오른 흐름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큰손’ 수급이 줄면서 주가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올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22.63%, 31.12% 내렸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1조7963억원) 다음으로 NAVER(1조6622억원)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카카오도 25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업종(코스피200 커뮤니케이션) 내에서도 외국인은 크래프톤(8936억원), SK텔레콤(953억원) 등은 순매수하는 흐름을 보였다.
네카오 주가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AI 성장성 부족이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면서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국내 IT업체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증명해내지 못하면서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 사업에서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며 “본업 외 성장 부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장기적 불확실성이 주가 발목을 잡는 중”이라고 했다.
광고 등 기존 사업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지만 미래 성장을 이끌 신사업 동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3분기 매출액은 2조6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4%, 영업이익은 4907억원으로 29.3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망대로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반면, 카카오의 실적 마저 암울한 상황이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달 들어 증권사 5곳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6만5000원→5만5000원) ▷ 키움증권(5만6000원→4만9000원) ▷한국투자증권(5만원→4만5000원) 등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과거 주가 상승을 견인해온 사업 확장 전략이 작동하기 어려워진 환경인만큼 새로운 성장 전략에 관한 대안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