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세수 부족 문제로 정부 재정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외수입 미수납액이 2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7조원이 넘는 미수납액을 기록하며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재정 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세외수입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세외수입 미수납액은 23조9945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4년 12조3413억원에서 10년 만에 11조6532억원 증가한 수치로, 국세외수입의 상당 부분이 체납 상태로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재정 수입은 국세, 세외수입, 기금수입으로 구성되며 국세외수입은 전체 예산 수입의 40%를 차지하지만, 납부 기한을 넘긴 연체액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특히 기재부는 현재 연체액을 별도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부처별로 연체액 관리도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세외수입 미수납액이 1조원이 넘는 부처는 고용노동부, 국세청,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경찰청,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8개다. 이 가운데 고용부는 미수납액이 7조2936억원으로, 전체 국세외수입 미수납액 중 30.4%를 차지한다. 고용부는 임금체불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후 고용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기타경상이전수입에서 3조3499억원이 미수납된 상태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폐업한 사업주로부터 이를 환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약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26일 기재부가 발표한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작년말 전망했던 세입예산(367조3000억원)에 비해 29조6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대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가까운 ‘세수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탓에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는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없어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에 기여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진단했다.
재정당국은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지방교부세 감액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2조4473억원으로 책정된 지방교부세와 68조9000억원을 배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폭 감액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자체별 교부세 감액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64조~65조원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고 교육교부금은 5조3000억원 내외로 감액 조정이 유력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재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지방교부세 감액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여러 지자체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 탓에 여당에서조차 24조원에 육박하는 국세외수입 미수납액은 방치하면서 손쉽게 지방재정에 손을 대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욱 의원은 “정부가 2016년 ‘국세외수입 관리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추진 성과는 없었다”며 “기재부가 연체액 규모를 파악하고 범부처 차원의 국세외수입 통합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