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국은행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은행 임명직 금융통화위원 5명에게 연봉을 포함한 지원금이 연간 35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국회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임명직 금융통화위원 1인당 ▷연간 보수액 3억5200만원, ▷업무추진비 연간 3200만원, ▷3급 혹은 4급 보좌진 최대 1억3700만원, ▷일반 사무(비서) 4800만원, ▷일반 기능(기사) 5500만원, ▷차량(G80전기차) 8200만원 등 총 7억600만원을 지급했다. 임명직 금융통화위원이 5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35억3000만원을 지급한 것이다.
임명직 금통위원 5명에게 국민 세금으로 지급되는 비용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이들의 역할이 적정한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돼왔다. 금융통화위원은 연 8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논의·결정하거나 보고서·강연·기고 등을 통해 국가경제 및 통화신용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는 자리다. 다만 조사 결과, 한국은행에서 제출한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 발언 건수를 분석한 결과 각 금통위원들은 회의당 평균 10회의 발언을 했고, 가장 적게 발언한 M 금융통화위원의 경우 회의당 평균 6회의 발언에 그쳤다. M위원의 경우 한 발언 당 1470만원을 지급받은 셈이다. 가장 많이 발언한 A위원의 경우도 회의당 평균 17회에 불과하고, 발언 1회 당 약 520만원을 받은 셈이다.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이 국민 상식에 미치지 못하는 횟수인 것도 문제지만, 금통위원들의 역할에 비해 지원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발언 이외에 금통위원들의 보고서, 강연, 기고 등의 실적도 저조했다. 올 2월 임명된 황건일 위원은 7개월간 보고서 1건을 작성했고, 올 4월 임명된 김종화, 이수형 위원은 5개월 간 실적이 전무했다.
지난해 4월 임명돼 12월까지 금통위원으로 활동한 박춘섭 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도 8개월간 강연 1번의 실적이 전부였다. 박 비서관은 금통위원으로 임명된 지 8개월 만에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1997년 한국은행법 6차 개정 이후 역대 최단기 금통위원으로 기록됐다. 박 비서관은 금통위원 재직 당시 연간 2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일영 의원은 “금통위원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점검하기 위해 실명 회의록, 발언 횟수 등의 상세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익명성을 이유로 자료조차 제출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통화정책회의 당 6~7번의 발언을 한 금통위원에게도 국민혈세 총 7억원이 투입되는데, 혈세의 총량에 비해 이들의 역할이 적정한가에 대해 국민들께서 의문이 드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금통위원은 경제정책의 한 축인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국내외 경제 흐름 분석, 물가지수 상승 및 급격한 가계부채 변동 추이 등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앞서서 내다보는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며 “오는 국정감사에서 금통위원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가파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 등으로 발생하는 여러 변수에 대응할 역량이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