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유튜브에서 공개된 나이지리아판 K-드라마 '마이 선샤인'의 인기가 뜨겁다.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최근 유튜브에서 공개된 나이지리아 영화 '마이 선샤인, 나의 햇살'(이하 마이 선샤인)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6일 공개 이후 9일 만에 누적 조회 수 60만회(15일 기준)를 넘어섰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입소문이 퍼져 댓글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나이지리아에서 제작된 이 영화가 화제가 된 이유가 있다. 바로 총 길이 1시간 15분의 이 영상에서 한국어 대사가 끊임없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것도 국내 MZ세대가 사용할 법한 표현들을 이질감 없이 소화한다.
긴 레게머리를 한 나이지리아 여학생 두 명이 수다를 떨며 등교하는 장면에서는 나이지리아 배우들이 "대박", "근데"와 같은 한국어를 술술 뱉는다. 선생님들은 서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교장 선생님도 "한국어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언어"라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대사는 영어가 사용되지만, 그 사이에 한국어, 요루바어(서아프리카 서남부에서 쓰이는 언어)가 쉴 새 없이 섞여 나온다. 학생으로 분한 나이지리아 배우들이 "미쳤어?", "내말이~", "앗싸", "어떡해", "빨리"와 같은 표현들을 스스럼없이 써서 극 후반부에서는 위화감조차 들지 않을 정도다.여주인공 카리스가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맘(Mom)'이나 '이야'(Iya·요루바어로 엄마)라는 표현 대신 '엄마'라는 호칭을 쓴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글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한 남학생이 티셔츠에 'PROM(댄스 파티) 같이 갈래'라고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쓴 뒤 여주인공에 다가가 고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지난 6일 유튜브에서 공개된 나이지리아판 K-드라마 '마이 선샤인'의 인기가 뜨겁다. [유튜브 캡처] |
단순히 언어만 많이 쓰인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수없이 봐 온 K-드라마의 클리셰(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도 가득하다.
우선 카리스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운 좋게 장학생으로 선발돼 나이지리아 있는 한국학교인 세인트폴 바티스트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여기서 잘생기고 인기 많은 부잣집 자제 제럴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주인공을 시기하는 '여왕벌' 무리와의 갈등,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다정한 남학생과의 삼각관계 등도 빠지지 않는다.
상류층 학교에 다니게 된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 여주인공, 돈 많고 잘생긴 남주인공은 마치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 '꽃보다 남자' 등을 연상케 한다. 남녀 주인공의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한국어로 부른 '러브 이즈…', '유어 마이 선샤인' 번안곡이 배경 음악(OST)으로 흘러나온다.
지난 6일 유튜브에서 공개된 나이지리아판 K-드라마 '마이 선샤인'의 인기가 뜨겁다. [유튜브 캡처] |
이 영화는 나이지리아의 유명 래퍼 겸 프로듀서인 JJC 스킬즈가 연출했고, 나이지리아 배우 겸 크리에이터 케미 이쿠세둔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다.
현지 언론은 "한국어를 합친 최초의 나이지리아 영화"라고 평했고, 나이지리아 영화와 한국 문화의 혁신적인 융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누리꾼들은 "생각보다 다들 한국어 잘하고 발음도 좋아서 놀랐다", "정말 흥미로운 설정의 영상이라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고퀄이라서 더 놀랐다, K드라마 어디까지 가나 궁금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으로 한국어를 직접 사용해 영화를 제작해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커뮤니티에서 보고 왔다. 진짜 대단하다", "정말 기발하고 진짜 재밌다" 등 찬사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