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 국민연금·KIC…국회 “우회투자” 눈총

한국 양대 ‘큰 손’인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가 비트코인 관련주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KIC가 “가상자산 투자 목적이 아니다”는 입장을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에선 해당 관련주는 비트코인 시세에 따라 변동성이 클 뿐만 아니라 법인의 가상자산 직접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공적기금이 우회해서 간접 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KIC 제출 자료에 따르면, KIC는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현황을 묻는 질의에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를 꼽았다. MSTR의 경우, 본업인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보다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25만2220개) 기업으로 유명하다. 사실상 기술주보다는 비트코인을 기업의 주식 형태로 포장한 금융상품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KIC가 코인베이스에 이어 MSTR까지 포트폴리오에 담자 시장에선 양대 ‘큰 손’이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된 미국 증권보유신고서(13F)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민연금과 KIC는 해당 주식을 각각 24만5000주, 2만1000주를 사들였다. 또 KIC는 국민연금보다 앞선 2021년 4분기부터 코인베이스(총 5만405주)에 투자해왔다.

이와 관련, KIC는 해당 기업을 투자한 건 “가상자산 투자 목적이 아닌 지수 추종에 따른 매수 결과”라는 입장이다. 100% 해외 투자로 자산을 운용하는 KIC의 경우, 벤치마크인 ‘MSCI ACWI ex Korea 언헤지형’에 담긴 종목 구성에 따라 해외 주식을 분산 투자한다. 3000여개 중 일부라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같은 입장을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 KIC는 “실제 코인베이스는 2021년 12월, MSTR은 올 6월에 해당 지수에 편입됐다”며 “공사도 벤치마크 비중과 유사한 규모로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에선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방침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7년부터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 거래, 투자가 전면 금지됐고 국내에선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법인계좌 허용 모두 막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매 분기 KIC의 포트폴리오가 공개될 때마다 공적기금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어떻게 보는지 시장 ‘가늠자’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임광현 의원은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직접 투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공적기금 관련주를 포트폴리오에 담는 행보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특히 국부펀드의 경우, 비트코인을 투자대상 제도권으로 편입해 우회해서 투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일반투자자의 추종 매수 흐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입장을 명확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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