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무소용’” 대출 준거금리 일괄 상승…고정·변동금리 다 올랐다[머니뭐니]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대출 안내문.[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약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내렸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넉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며, 주요 은행 변동금리 상단이 7%대에 육박했다. 주담대 고정금리도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해, 올해 최저치 대비 1.5%포인트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코픽스 넉 달 만에 상승…변동금리 최고 7% 근접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는 3.40%로 전월(3.36%)과 비교해 0.0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기준 4%까지 치솟았던 코픽스는 올 들어 5월(0.02%포인트 상승)을 제외하고는 완만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 전환했다.

코픽스는 국내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이에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날부터 소폭 상향됐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63~6.73%로 상단이 7%대에 육박한 상태다.

이는 고원가성 예금에 해당하는 정기예금 잔액이 늘어난 반면,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예금 비중이 올라가며, 코픽스를 끌어올린 셈이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최근 1년래 최고치(647조원)와 비교해 24조5709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은 60조원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약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시작했다. 이에 이자부담 경감을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출금리 하락폭이 기준금리 인하폭과 같다고 가정할 시,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이 3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돌연 상승세로 전환하며, 기준금리와 관계없이 변동형 차주들의 이자 부담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주요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코픽스 하락 시기에도 꾸준히 상승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고정형 주담대 비중 확대 방침을 고수하며, 은행의 가산금리가 올라간 영향이다. 지난 6월 말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은 3.74%였지만 이날 기준 4.63%로 0.9%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픽스는 3.56%에서 3.4%로 0.15%포인트 줄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고정금리까지 상승

서울 한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주담대 고정금리에서도 기준금리 방향과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5일 기준 5대 은행의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3.74~6.14%로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기 직전인 10월 10일(3.66~6.06%)와 비교해 상·하단 각각 0.0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주기형 주담대 금리 하단을 3.99%에서 4.15%로 0.1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에 인하 기조가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5년물, AAA)는 이달 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3.1%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조정 시기에 접어들자 다시금 3.3%대로 상승 전환했다. 과도한 기대감으로 선반영됐던 금리가 되돌아간 셈이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금융센터 지점장은 “한은에서도 채권시장에 과도하게 금리 인하가 선반영돼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나”라며 “이창용 총재 또한 ‘매파적 금리 인하’에 해당한다고 평가를 했기 때문에 향후 기조에 대해 채권 시장의 기대감이 다소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안내문.[연합]

가계대출 관리 방침도 이어지며, 전반적인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은행들은 올해 안에 전년 대비 2% 이내로 정한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38조원가량 늘어나며 5.54%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은행권은 이달을 기점으로 다시금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실제 대출 현장에서는 최저 5%대에 달하는 주담대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금융 대출상담사 A씨는 “현재 주택자금마련을 용도로 신규 고정금리 주담대를 취급하고자 하는 경우, 주요 은행 최저 4.65% 금리가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의 경우 최저 5%대를 넘어섰다”면서 “변동금리도 최저 4%대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달 10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8068억원으로 지난달 말(730조9671억원)과 비교해 1603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인상 등 가계대출 관리 방침이 효과를 나타낸 셈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아직 가계대출 감소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된 만큼, 다시금 대출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