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2016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 후 공식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 한강(54)이 스웨덴 공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면서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웨덴 공영 SVT 방송은 지난 13일 한강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인터뷰는 자택에서 영어로 진행됐으며,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사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인터뷰에서 "나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 축하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한강은 "아니다. 아들과 함께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며 "축하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반문했다.
한강의 부친인 한승원(85) 작가는 지난 11일 "전쟁이 치열해서 사람들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라는 한강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기자가 이를 언급하자 한강은 "뭔가 혼란이 있었던 거 같다.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면서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다.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쓰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강은 "한림원으로부터 에세이(노벨상 수락 연설문)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 지금 쓰는 짧은 소설을 이달이나 내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이후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