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강승연·서지연 기자]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월권을 했다”, “관치보다 무서운 정치금융이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가계대출과 관련해 이 원장이 관치성 구두 개입을 지속했을 뿐 아니라, 오락가락한 발언으로 되레 시장과 금융소비자에게 혼란을 줬다는 비판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 질의에서 “관치보다 무서운 정치금융이라는 지적이 당연한 것 같다”며 “원장이 구두 개입해서 효과가 있었나. 금리는 오르고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무엇을 얻는지 잘 모르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구두 개입이 아니었다면 가계부채 관련 상황이 어려워졌을 것’이란 이 원장의 해명에 “미시적인 부분을 가지고 금감원이 개입하는 건 맞지 않고,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사후에 건전성 기준이 잘못됐을 때 종합평가를 통해 규제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정책에 대한 발언이 너무 잦다”며 “‘대출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대출한도가 축소됐고, 이게 또 문제가 되니 10일 만에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그러다 보니까 시중은행의 대출정책이 왔다갔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지도를 해도 금융정책이나 금리에 관한 것은 금융위원장이 해야 한다”라며 “금융위원장한테 그 권한을 위임받았나. 왜 이렇게 말로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월권을 하나”라며 몰아붙였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가계부채 총량규제는 명시적으로 폐지된 상태인데도 정부 정책에 반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금감원장의 빈번한 구두 개입이나 정부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보도자료 배포 행위는 금감원의 재량권을 넘은 행위고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러한 의원들의 비판에 이 원장은 송구하다는 뜻을 표했다. 그는 7~8월 가계대출 급증 상황에서 과점적 형태의 은행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구두 개입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보시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거나 은행, 소비자들이 힘드셨다면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앞서 이 원장은 7월 2일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 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금감원도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을 예고하자,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심지어 은행의 ‘이자 장사’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 원장은 8월 25일 “금리인상은 정부가 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출심사 강화를 시사했다. 그 뒤 은행들은 유주택자 주택담도대출 중단 등 고강도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이로 인해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여론이 악화되자 9월 4일 현장간담회에서는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결국 6일 뒤에는 “세밀하게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며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