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재협상해야”…韓 위협하는 ‘트럼프 리스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진행된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타운홀 미팅 녹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주한미군 주둔 비용(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미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왜곡된 주장이 많고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있지만 트럼프 재집권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와 안보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 타운홀 미팅에서 “한국에 4만2000명의 미군이 있다. 그들(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들에게 돈을 내게 했는데, 바이든이 협상을 해서 ‘그들은 더이상 돈을 내지 않는다’면서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아니,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이상 이용 당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는 말은 말한 것은 재선 시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달라 의도적 왜곡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2만8500명 수준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주한미군의 규모를 4만명 이상으로 과장하고 있다.

그는 또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아예 내지 않고 있는 것처럼 언급했으나 한국은 상당 수준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특히 이번에 타결된 분담금 협정에서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반영해 매년 분담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시카고 소재 ‘시카고경제클럽’에서 열린 대담에서도 “내가 거기(백악관) 있으면 그들(한국)은 연간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말했다.

연간 100억달러는 한국이 2026년 이후 지불할 액수의 9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는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한이 막 철로(실제로는 도로)를 폭파했다. 이것은 나쁜 소식”이라며 “오직 트럼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 수입차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경제적 충격을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시카고경제클럽 대담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포함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을 비판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가 제조업체들을 미국으로 회귀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그러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모든 것을 독일에서 만들고 미국에서 조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멕시코를 겨냥해 “100, 200, 20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에 차를 한 대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 심화, 영세 기업 피해 등의 우려가 제기되지만 그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상무장관을 지냈던 윌버 로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세계 무역에 1조달러(약 1359조원)의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스 전 장관은 14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로 연결될 공산이 큰 보편적 관세 구상을 띄웠는데, 이는 대다수 WTO 회원국들에게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스콧 베선트 키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13일 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십 년간 이어진 정책에 맞춰 강달러를 지지하고, 의도적으로 달러 가치를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기축통화 지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축통화는 시장에서 등락할 수 있다. 좋은 경제 정책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달러가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16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3% 상승한 103.55를 기록했다. 미국 CNBC방송은 “관세 인상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우는 정책이 인플레이션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달러 강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어 달러 매수를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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