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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억대 연봉에 관용차, 관사, 판공비까지 최고 대우를 받는데 대부분 낙하산. 여기에 불필요한 해외출장에 억대 예산을 낭비했다?”
R&D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구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기관의 상임감사들이 불필요한 해외출장과 고액의 대학 최고위 과정 수강 등으로 예산을 낭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재직기간 지출한 해외출장비와 교육비는 총 1억 7천여만원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이 KAIST·UNIST·IBS·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받은 ‘상임감사 부임 이후 교육 및 해외출장 현황’에 따르면, 과학기술계 상임감사들은 기관 예산을 활용해 교육 등을 이유로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사실이 확인됐다.
KAIST 상임감사 A씨는 ‘최신 내부 감사기법 습득’ 등을 이유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주 시드니, 베트남 하노이, 미국 워싱턴 등 4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며, 이 과정에서 4532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또한 A 상임감사는 KAIST CAIO 과정, 서강대 글로벌 EnH 최고위 과정,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감사인 과정 등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총 2888만원을 썼다.
UNIST 상임감사 B씨는 ‘감사표준 최신 동향 파악’과 ‘신규 내부 감사기법 습득’을 이유로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장을 다녀왔고, 출장비로 762만원을 사용했다. B 상임감사의 국외출장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발리에서 배워온 것은 ‘Chat gpt 사용 도입’이었다. 이외에도 한국감사인대회,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감사인 과정 등을 수강하며 총 1317만원의 교육비와 400만원의 출장비를 지출했다.
IBS 상임감사 C씨는 ‘국내외 감사인들과 교류’ 등을 목적으로 호주 브리즈번과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2460만원 예산을 사용했다. 그 외에도 교육비와 출장비로 2,425만원을 지출했다. 한국연구재단 상임감사 D씨는 ‘감사업무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1397만원의 예산을 썼다. 국내 교육과 출장비 등으로 422만원을 추가 지출했다.
과기계 상임감사들이 기관 예산으로 다녀온 해외출장과 대학 최고위 과정 등 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감사들 간의 교류 및 인맥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각 기관의 상임감사는 KAIST 1억 4천만원, UNIST 1억 3천4백만원, IBS 1억 9천1백만원, 한국연구재단 1억 2천3백만원 상당으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어, 이들의 인맥 형성에 기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상임감사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양성과는 과기원 내부 통제시스템 강화와 투명한 운영 등을 위해 상임감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기초연구진흥과 역시 상임감사가 IBS 운영의 공정성·적정성을 확보·제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구개발정책과는 한국연구재단의 효율적·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상임감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해민 의원은 “과기정통부의 방치로 인해 소관기관 상임감사들은 자정능력을 잃었다”며 “방만 경영을 막아야할 상임감사가 오히려 방만 경영의 주체가 되고 있다”면서 “과기정통부는 상임감사들의 방만한 예산 사용에 대해 환수 조치를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고, 상임감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3년 9월 UNIST 상임감사로 부임한 UNIST 상임감사 B씨는 여당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사무국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같은 해 8월 한국연구재단 상임감사로 임명된 D씨는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