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참여한 북한 군인들이 발맞춰 행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 군이 북한 군인 약 3000명 규모의 대대를 편제할 것이란 보도가 우크라이나 측에서 나온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이 러시아 극동 군기지에 북한 군인이 주둔 중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지역 군 관련 소식통이 BBC 러시아 지국에 "복수의 북한인들이 도착했다"는 말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우수리스크 인근의 한 군기지에 배치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소식통은 정확한 인원수는 밝히길 거부하면서 "3000명 근처는 절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측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달 초 도네츠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포격에 북한군 6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를 기점으로 북한군 파병설을 연일 쏟아내 왔다.
이중에는 러시아군이 북한군 3000명으로 제11 공수돌격여단에 '부랴트 특별대대'를 편성 중이라거나 북한이 이미 1만명을 러시아에 보냈다는 보도 등과 함께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탈영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그런 가운데 이날 의회에 출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정보기관인 정보총국(HUR)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 아니라 인력까지 제공하기 시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은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인을 대체하기 위한 러시아 공장과 군 인력"이라면서 "이는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두 번째 국가가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이 몽골과 인접한 러시아 부랴트 공화국 울란우데 지역에서 준비를 한 뒤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투입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자국 북동부 수미주(州)와 맞닿아 있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 기습적으로 대규모 병력을 진입시켜 수백㎢에 이르는 면적을 점령했는데, 이를 수복하는 작전에 북한군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BBC는 러시아 극동지역에 북한이 파병한 병력으로 대부대가 조직되고 있다는 징후를 자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설령 3000명의 숫자가 맞더라도 전장에선 그리 큰 규모가 아닌 데다 러시아군이 수천명에 이르는 북한 군을 성공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 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내 한 군 전문가는 BBC에 "러시아 언어를 쓰는 러시아 죄수들 수백명 조차도 군에 통합시키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주력인 기계화 보병이 우크라이나의 전장 환경에 맞는지 의문이고 언어장벽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이 실제로 파병되더라도 전투작전을 펼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BBC는 "이런 문제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벌이는 전면전에 참여하는 걸 가로막지는 않겠지만, 전문가들에게 북한군은 전투가 아닌 공학과 건설 능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영국 분쟁연구센터(CSRC) 소속 전문가 발레리 아키멘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9월 예비역 부분 동원령을 내렸다가 역풍에 직면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북한군 파병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키멘코는 "우크라이나로 인해 러시아군 대오가 얇아지는 상황에서 그(푸틴)는 정말로 훌륭한 생각을 해냈다. 북한 사람들에게 전투 일부를 맡기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