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관리 안한다던 구영배 큐텐 회장 “상품권으로 현금 마련해야” 지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서지연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계열사의 재무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의 발언이 거짓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이메일이 공개됐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구 회장이 큐텐 계열사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들을 공개했다.

앞서 구 회장은 큐텐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를 통해 그룹 전체의 재무·회계를 컨트롤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7월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 나와 구체적인 자금 상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취지로 부인한 바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구 회장이 발송한 한 이메일에서 그는 “6월 상품권 판매액의 리미트(한도)가 티몬이 1900억원이고, 위메프가 700억원”, “판매자별 월 정산액이 월 판매액을 넘지 않는다” 등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내렸다.

또다른 이메일에는 “사업부서 마케팅 20%” 등 프로모션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내용이 담겼다. 류광진 티몬 대표가 한 임원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에는 “구 회장이 강하게 질책하고 노발대발했다”는 문장도 있었다.

글로벌 온라인쇼핑몰인 ‘위시’ 인수대금과 관련한 지시도 있었다. 구 회장은 한 이메일에서 “위시 인수자금 계획이 세밀화돼야 한다”며 상품권으로 얼마나 현금 마련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인수자금 2300억원 중 지분교환 방식으로 마련한 1900억원을 제외하고 티메프 판매대금을 끌어썼을 것이란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7월 긴급 현안질의 때) 구 회장에게 돈(미정산대금)이 어딘가에 있을 거고, 아는 바 있냐고 물었는데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다. 실질적 지배한다고 해서 돈을 관리하는 건 아니라고 했었다”면서 “이런 이메일은 실질적으로 구 회장이 (재무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는 생생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 사태가 굉장히 큰 상황이고 청문회가 진행된 이후에도 금감원이 이렇다 할 구체적인 자료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로 모든 것이 넘어가고 영장까지 기각됐다”며 “피해자들은 그냥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금 운용이나 유용, 의사결정 과정에 본인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구 회장의 진술 중 최소한 일부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세세한 이메일 내용까지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통탄스럽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입법안(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조금 더 강력한 감독권과 시정권한을 갖게 되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챙겨 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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