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X-에너지에 5억달러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X-에너지 직원들이 SMR 컨트롤 룸에서 전력 생산 현황을 체크하고 있다. [아마존 뉴스룸]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확보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AI발(發) SMR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이 시장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미국 SMR 기업 X-에너지(X-energy)에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계약은 아마존의 주도로 시타델 창립자 켄 그리핀 등이 X-에너지에 5억달러(약 68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이다.
X-에너지는 냉각재로 물 대신 고온가스를 사용하는 4세대 SMR 기업으로 테라파워·뉴스케일파워와 함께 미국 SMR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지난해 DL이앤씨가 2000만달러(약 273억원), 두산에너빌리티가 500만달러(약 68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이번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39년까지 X-에너지 SMR을 5GW 이상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매트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는 “원자력은 무탄소 에너지의 안전한 공급원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원자력 에너지는 아마존의 중요한 투자 분야로, 이번 협약을 통해 향후 수십년간 에너지를 생성할 원전 건설을 장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투자로 X-에너지는 Xe-100 노형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빅테크 산업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또, X-에너지가 추진 중인 다우(Dow)의 텍사스주 SMR 초도 호기 건설, 에너지 노스웨스트의 SMR 후속 호기 건설 등 사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 및 DL이앤씨 등 X-에너지에 지분 투자한 국내 기업들의 SMR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생산 전문기업)로서 지난해 1월 X-에너지와 지분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1년에는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도 맺었다. DL이앤씨는 SMR 플랜트 EPC(설계·기자재 조달·시공)뿐만 아니라 운영 및 보수 분야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또, X-에너지 외에도 워싱턴주 소재 원전 운영사 에너지 노스웨스트, 버지니아주 소재 도미니언 에너지와도 SMR 개발 및 자금 조달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노스웨스트가 건설 중인 SMR은 약 320㎿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며, 추후 960㎿로 확대 가능한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X-에너지는 노스웨스트가 건설하는 SMR에 사용될 첨단 원자로와 연료를 공급한다. 아울러 기존 도미니언의 원전 인근에 SMR 개발을 추진, 이를 통해 300㎿ 이상의 전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구글이 미국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가 향후 가동하는 SMR의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는 등 빅테크들의 SMR 도입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SMR 시장이 한층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