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하이브가 소속 레이블 어도어와 마찰로 잡음 무성한 시기를 보내고 있으나 자본시장에서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과거 상황과 비교해 고금리 상태에도 불구하고 금융비용도 아꼈다. 경영 리스크를 극복하고 시장에서 투자 가치를 인정 받은 모습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틀 전 하이브는 4000억원 규모 4회차 전환사채(CB) 발행을 마쳤다. 이는 3년 전 동일한 규모로 찍었던 3회차 CB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내달 5일 풋옵션 효력이 시작되기 이전에 일찌감치 상환 재원을 마련했다.
3회차 CB는 조기상환이자 조건 없이 발행된 덕분에 이번 차환용 CB 액면금액도 과거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다만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3년간 투자에 따르는 대가 없이 원금만 회수하는 상황이다.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실을 감내한 셈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신규 CB의 수익률 조건이 직전 전환사채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발행이자는 물론 만기보유수익률과 조기상환이자 모두 제로금리(0%)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당장 금융비용이 지출되지 않고 CB 투자자는 자금 대여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최근 기준금리가 인하되긴 했으나 3년 전 CB 발행 당시 0.75%였던 점과 비교하면 250bp(1bp=0.01%포인트)나 높아진 3.25%다. 하이브 CB 투자자 관점에서 추후 주식 전환과 매각 등을 통한 자본이익(캐피탈게인)을 고려하면 고정 수익은 포기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발행사가 투자자보다 우위에 있는 조건이지만 하이브는 주가 하락에 따라 조달 비용은 일부 상향됐다. 3년 사이 하이브 주가는 50% 가까이 낮아진 상태다. 이번 CB의 보통주 전환가격은 21만8000원으로 시가 대비 20% 할증됐다. 그러나 3회차 CB 가격 38만5500원과 비교하면 46% 떨어졌다. 이로 인해 추후 CB의 주식 전환으로 발행될 수 있는 물량도 기존 2% 수준에서 약 4%로 2배 늘었다.
잠재 신주가 증가하면서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으나 하이브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포기한 점도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가진 CB를 발행할 때 회사는 일부 물량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설정한다. 3회차 CB 발행 당시에도 하이브는 액면금액의 33%에 대해 콜옵션을 부여 받은 상태였다. 이번에는 콜옵션 없이 CB를 발행하면서 잠재 수익은 온전히 투자자 몫으로 제공한 모습이다.
하이브의 4회차 CB는 미래에셋캐피탈이 1000억원, 나머지 30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한다. 3회차 CB 역시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했던 만큼 두 번째 투자에서는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거리다. 미래에셋증권은 직전과 마찬가지로 하이브 CB 일부는 다른 재무적투자자 대상 셀다운(재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다.
하이브는 자회사 어도어의 이사진과 충돌하면서 시가총액이 눈에 띄게 하락한 상태다. 주가는 19만원대 안팎에 형성돼 있으나 증권업계에서는 낙폭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적정 주가는 29만원선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하이브는 내년 소속 가수 BTS가 컴백을 앞두고 있으며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의 추가 수익이 올 4분기부터 창출될 예정이다. BTS 외에도 주요 아이돌의 활동이 활발해 성장 모멘텀도 충분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