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김난도, 현대百 본사 찾은 이유? [언박싱]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5'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현대백화점 본사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떴다. 계열사 임직원에게 내년 소비 트렌드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현대백화점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트렌드 강의를 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날 오전 본사 1층 강당에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초청해 계열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를 열었다. 최근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5’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15개 주요 계열사 임직원 가운데 추첨으로 선발된 200여 명이 참석했다. 줌(Zoom)을 통해 온라인 라이브 생중계도 이뤄졌다.

김 교수는 내년 뱀띠해 소비 트렌드(경향)로 ‘스네이크 센스(SNAKE SENSE·뱀의 감각)’를 제시했다. 스네이크 센스는 ▷옴니보어 ▷#아보하 ▷토핑경제 ▷페이스테크 ▷무해력 ▷그라데이션K ▷물성매력 ▷기후감수성 ▷공진화 전략 ▷원포인트업 등 10개 트렌드 키워드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옴니보어란 소비에서 나이나 성별, 소득, 인종 등 집단적인 구분과 경계가 옅어지고 개인적인 성향이 커진다는 의미다. ‘#아보하’란 ‘아주 보통의 하루’의 약자다. 보통의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만족을 느끼는 새로운 행복 담론이다.

김 교수는 작고 귀엽고 순수한 존재가 사랑받는다는 ‘무해력’, ‘다문화국가’ 한국에서 세계화와 지역화가 빠르게 섞인다는 개념의 ‘그라데이션K’도 제시했다. 지금 도달 가능한 목표를 세워 실천해 나 다움을 잃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원포인트업’도 소개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8년 2월 ‘트렌드 코리아 2018 강연회’를 시작으로 매년 10·11월 트렌드 코리아 발간 시점에 맞춰 김 교수를 초청해 내부강연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022년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10개월간 현대백화점 임직원 19명과 심층 인터뷰와 사례연구를 통해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내용이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시대에 공간 비즈니스(사업)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현대 서울이 정확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현대백화점이 김 교수와 협업을 이어가는 건 그만큼 유통업계에서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소비 주체로 떠오른 2030 MZ세대가 유행에 민감한 영향도 크다.

현대백화점은 매년 수백개의 팝업(임시매장)을 열어 M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더현대 서울의 전체 매출에서 2030세대 비중도 절반을 웃돈다. 디저트를 중심으로 F&B(식음료)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디바 베이커리’, ‘고든램지 스트리트버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알려진 브랜드와 국내외 맛집 1호점도 유치한다. 최근에는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로 재단장하면서 백화점·아웃렛·미술관을 결합시킨 신개념 실속형 유통모델을 선보였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는 업계의 공통 관심사다. 롯데백화점은 ‘컨버전스(융합) 쇼핑’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 문을 연 타임빌라스 수원이 대표적이다. 백화점이 가진 프리미엄(고급) 요소와 쇼핑몰의 다양성을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합친 것을 지향한다. 대구 수성구와 송도에도 타임빌라스 신규 점포 개설을 준비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프리미엄 F&B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강남점에 디저트 특화 공간인 ‘스위트파크’르 열고 피에르 마르콜리니, 밀레앙 등 해외 디저트 브랜드의 매장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 7월 대구점에도 두번째 스위트 파크를 열었다.

한 유통사 MD(상품기획자)는 “갈수록 유행에 민감해지는 유통업계에서 트렌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MD나 바이어(구매자)들에게 일종의 바이블(성서) 같다”며 “마케팅 전략을 짤 때 효과적이고 중요한 핵심 지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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