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다 유럽이 금리 더 내린다…또 고개 치켜든 달러 강세 [머니뭐니]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기미를 보이는 반면, 유럽은 오히려 속도를 높이면서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환율은 이에 다시 치솟아 1370원대를 넘어섰다.

19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금리선물 시장에서 ECB가 오는 12월 통화정책회의 때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은 20%로 상승했다.

또 트레이더들은 내년 4월까지 모든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전까지는 올해 12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내년에는 3월까지 연속 인하할 것이라고 대부분 예측했다.

ECB가 지난달에 이어 지난 17일 회의에서도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이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졌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회의에선 금리인하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다음 회의에선 더 큰 폭 인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에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ECB가 내년 9월까지 금리를 약 140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인하 예상 폭과 같은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두 지역의 경제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분기 미국 경제는 3% 성장한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유럽에 비해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압력도 자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부 인사들은 이미 속도 조절론을 시사하고 나섰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연준이 금리인하를 신중하게, 천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후버 연구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전체적인 데이터는 연준이 지난 9월 회의 때보다 금리 인하 속도를 더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가리킨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중립 수준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이후에는 완만한 금리인하가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주최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수분기동안 연준이 기준금리를 "소폭 추가 인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럽과 달리 미국 금리 인하속도가 조절될 기미를 보이면서 달러 가치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7일(현지시간) 103.77로 마감했다. 지난 8월1일(104.42) 이후 최고치다.

미국 기준금리가 0.5%포인트 하향조정되면서 달러인덱스는 지난 9일 100.24까지 내려갔으나,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도 이에 급등했다. 130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1370원대까지 되돌아왔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종가(1368.6원·오후3시30분) 대비 3.4원 오른 137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30일(1307.8원) 이후 10거래일 동안 60원 가까이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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