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35명의 법리 다툼…MBK,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저지할까[주간 '딜'리버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10월 셋째 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일부 윤곽을 드러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해 1대주주 지위를 강화했다. 이제 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측이 선임한 변호사만 35명으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18일 오전 10시 30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을 판단할 첫 번째 심문이 열린다. 앞서 2일 영풍이 최 회장과 고려아연 대표이사 2인을 상대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35명에 달하고 있다. 영풍 측이 20명, 최 회장 측이 15명이다. 영풍 대리인단에는 법무법인 세종과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와 함께 홍승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과 기업지배구조 자문에 특화된 김앤장 변호사 상당수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MBK와 영풍 측의 제소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에도 최 회장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당시에는 최 회장이 영풍의 특수관계인인만큼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펼쳤으나 법원을 설득하진 못했다. 또한 최 회장의 자기주식 취득 행위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에 위반하고 고려아연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힌다는 점을 소명하지 못했다.

MBK와 영풍 측은 1차 때와 다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 한도에서 ‘임의적립금’을 제외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올해 정기주총에서 승인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6조6721억원을 미래사업 투자 목적의 임의적립금으로 분류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임의적립금의 사용 목적을 자사주 취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MBK 측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임의적립금을 자사주 취득에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1차 가처분 때와 비교하면 최 회장 측의 보다 촘촘한 소명이 요구되는 분위기다. 물론 법원이 한 차례 기각한 사건인만큼 공개매수를 중단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법원 판단과 별개로 최 회장의 운신의 폭은 이미 좁아진 측면이 있다. MBK와 영풍보다 경쟁력 있는 공개매수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주주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지 못했다. 계획대로 20% 지분을 자사주로 취득해 17.5%에 대해 소각하면 MBK 측 지분 소유 비율은 40%를 넘어서게 된다. 당초 MBK 측이 목표로 했던 의결권 지분에 근접한 만큼 최 회장을 압박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베인캐피탈을 우군으로 포섭하면서 약속한 의무도 부담 요소다. 베인캐피탈에 경영권 지분 5%를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이를 사수하려면 2~3년 안에 4600억원에 달하는 베인캐피탈 투자 원금에 15% 이상으로 예상되는 이자를 복리로 계산해 갚아야 한다. 여기에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회사 차입금을 동원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을 두고 영풍과 MBK 측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 배임 등 위법 요소를 문제 삼고 있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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