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일상 달라지지 않길…글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파”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노벨상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작가 한강 씨를 선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7일 포니정 혁신상 수상을 위해 오른 단상에서 노벨상 수상소감을 짧게 전했다.

한 작가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포니정 혁신상 수상식에 참석해 노벨상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다”며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했다. 그후 지금까지 많은 분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다. 그토록 많은 분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 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며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흐른 30년이란 시간과 앞으로 남은 작가로서의 황금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30년이 되는 해다. 이상한 일은, 지난 30년 동안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30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된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며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물론,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 작가는 “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다”며 “지난 30년의 시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되어주신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 출판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든 출판계 종사자 여러분과 서점인들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작가들께 감사를 전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고 소감을 맺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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