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홍라희(오른쪽 두번째) 전 삼성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18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적십자 인도장 금장’을 수상했다.
적십자 인도장 금장은 인도주의 이념 구현과 적십자 사업 발전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990년부터 34년간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으로서 봉사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비 지원과 재난구호 및 사회봉사 관련 기부로 나눔을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해 홍 전 관장에게 이번 상을 수여했다.
홍 전 관장은 2016년 출범한 대한적십자사 고액 기부자 모임이자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 적십자에서도 운영 중인 한국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Red Cross Honors Club)’ 창립회원이다.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은 해외 적십자와의 교류를 통해 국내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봉사활동과 국제 구호활동에 참여하는 등 대한적십자사의 인도주의 사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홍 전 관장은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하는 바자회에도 작년을 포함 10년 이상 꾸준히 참여하며 직접 옷을 판매하는 ‘일일 점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홍 전 관장은 한센병 환자 거주 지역인 성(聖)라자로마을에도 오랜 기간 선행을 베풀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1980년 여성 불자들의 모임인 불이회 주관 강연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쓴 약을 먹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과 설탕을 기부한 이후 이듬해 1월부터 성라자로마을 봉사를 실천해왔다.
홍 전 관장은 무려 40여년 동안 마을을 찾아 한센인들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참기름·식용유·햄·과일 등 선물을 전달하고, 만두·떡국을 끓여 먹을 육수·떡사슬 등도 기부해왔다. 공용 화장실 개축에도 수억 원을 후원했다.
지난해 9월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제공] |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남기고 간 ‘이건희 컬렉션’ 또한 유가족인 홍 전 관장의 의지가 담긴 나눔 사례로 꼽힌다.
이 선대회장 유가족들은 지난 2021년 개인소장 미술품 약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당시 홍 전 관장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말했다.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전남도립미술관·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특히 박수근미술관이 위치한 인구 2만명의 강원 양구군에는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려들어 미술관뿐만 아니라 주변 관광지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홍 관장은 2023년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서수상(상서로운 동물상)을 정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는 1993년 장애인 보조견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고 현재까지 300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기증한 공로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도 적십자 인도장 금장을 수여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이 선대회장과 홍 전 관장의 나눔정신이 담긴 곳이다. 홍 전 관장은 2023년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 이재용 회장과 처음 참석하기도 했다.
30주년 기념식에서 홍 전 관장은 “선대회장님이 생전에 굉장히 관심을 두고 노력하던 사업이라 오늘 기념식을 봤으면 참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