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7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통화정책 회의를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ECB는 17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65%에서 3.40%로, 예금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각각 0.25% 포인트 내렸다고 밝혔다. 한계대출금리도 연 3.90%에서 3.65%로 인하했다.
ECB는 이들 세 가지 정책금리 가운데 예금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짠다.
ECB가 연속해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13년 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CB는 지난 6월 세 가지 정책금리를 모두 0.25% 포인트 내리며 1년 11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전환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ECB가 분기마다 한 차례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잡히고 경기 위축 우려는 커지면서 금리인하에 속도가 붙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잠정치 1.8%에서 더 낮아졌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통화당국 목표치 2.0%를 밑돌기는 2021년 4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로존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난해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의 하락 덕분으로 보고 있다. ECB도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등락하다가 내년 하반기 목표치에 안착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ECB는 통화정책 자료에서 “임금이 급격히 인상됨에 따라 국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몇 달간 올랐다가 내년 중 목표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CB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새로 들어오는 정보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인플레이션 전망은 최근 경제활동 지표의 하방 서프라이즈 영향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시장은 ECB가 오는 12월 중순에 열리는 다음 ECB 통화정책회의 때도 추가 금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영국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로버트 파라고 전략 자산 배분 책임자는 “유럽의 성장이 너무 느리고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ECB가 계속해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딘 터너 UBS글로벌 자산운용의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이 ECB의 올해 마지막 금리 인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오는 12월에 또 다른 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