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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질서있는 연착륙 방안으로 모색된 은행·보험업권 PF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이 단 1건만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낙찰가의 3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등 사업장이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이 시중 조건보다도 까다로워서다.
21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보험업권 PF신디케이트론 자금집행(9월 24일 기준) 실적에 따르면 아직까지 대출자금이 집행된 건 수는 1건에 불과하다. 은행·보험업권은 지난 9월 초 서울 을지로 패스트파이브타워 증·개축 사업장에 대해 첫 공동대출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는데, 그 이후 추가적인 집행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담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담문의가 다 신청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은행·보험업권 PF신디케이트론을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영업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만들어낸 ‘탁상공론’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금융당국은 앞서 5개 은행 및 5개 보험사가 공동으로 최대 5조원까지 부동산 PF 재구조화를 위한 여신을 공급하겠다며 신디케이트론을 출범시켰다. 일정 정도의 사업성을 확보한 부동산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소송 등 법률 리스크가 없고, 대주단간 분쟁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 최소 3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집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브리지론까지 진행된 사업장의 경우 자기자본이 30% 이상 들어가 있어야 경락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등 조건을 까다롭게 잡은 게 대출 신청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경락자금대출을 받기 위한 요건은 브리지론의 경우 낙찰가의 30% 이상, 본PF는 사업비의 5% 이상의 자기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자율매각 사업장 인수자금 대출의 자기자금 요건도 이와 동일하며, 부실채권(NPL) 투자기관 대출의 경우에도 대출채권 매입금액의 30% 이상을 자기자금으로 투입해야 한다.
한 PF 사업장 관계자는 “신디론은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가 안되는 사업장이나 부실 물건을 소화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며 “하지만 조건을 보면 앞으로 진행하는데 문제 없을 정도인 사업장이어야 하는데 그런 곳들은 시간이 지나면 바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신디케이트론의 대출금리 역시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금감원이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보험사·카드사·캐피털사·증권사·저축은행·상호금융의 평균 부동산PF 대출금리는 각각 5.12%, 6.5%, 7.4%, 7.2%, 8.24%, 5.31%에 해당한다. 신디케이트론 대출문의를 받아보면, 2금융권에서 받는 대출금리와 유사하거나 더 높게 책정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PF 사업장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의)대출금리도 시중에 있는 금리보다 획기적으로 낮게 해준다면 도움이 될 텐데 그렇지 않으니 다른 업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디케이트론 출범할 당시 “조건이 과도하게 제한적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금번 신디케이트론은 정책적 금융지원이 아니라 민간 부문의 자율적 대출이므로 사업의 정상 진행 가능성 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 대출금리에 대해 “금융당국이 금리에 전혀 개입하는 부분도 아니고 알 수도 없다”며 “차주와 사업장이 특정돼있기 때문에 민감정보인 금리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