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요건 강화에 불법사금융 풍선효과 우려 [불법사채 탈출기]

금융당국이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해 지자체 등록 대부업의 요건 강화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되레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불법사금융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신용자 신용 공급이 수반되지 않으면 자격을 상실한 수천개의 대부업체가 불법사금융 업자로 활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대부업 관리감독 강화 기조를 담은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등록 대부업과 최고금리 초과 대출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아울러 금융위는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개인 1000만원, 법인 5000만원에서 각각 1억원과 3억원으로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이에 따라 다수의 대부업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퇴출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는 7682곳이다. 이 가운데 16%는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23%는 대부잔액이 아예 없다.

대부업 등록 자기자본 요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대부업법)에 규정돼 있다. 현행 대부업법은 ‘등록하려는 자(시·도지사 등록)는 1000만원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자기자본(법인이 아닌 경우에는 순자산액)을 갖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등록 요건 강화로 건전한 합법 업체가 늘어나고 서민의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부업 등록 문턱이 높아지며 소규모 업체가 대량 폐업하면서, 되레 불법사금융에 유입되는 미등록업체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등록 자격을 상실한 영세 대부업자들이 되레 불법사금융 업자로 전환해, 관련 불법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거다.

이에 불법사금융의 주 이용자인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급을 늘려, 부작용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대부업 규제 강화로 저소득층과 저신용자가 합법적이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쥐를 구석으로 몰되, 도망갈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최고금리를 연동형으로 바꿔 대부업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는 등 등록 대부업의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은 법정 최고금리 20%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고, 우수 대부업체라고 해서 별다른 특혜도 없다”면서 “대부업이 건전한 시장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기존 등록대부업체가)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호원·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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