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에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을 다시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얼라인은 지난 15일 두산밥캣 이사회에 이 같은 요구를 담은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얼라인은 두산밥캣 주식 100만3500주(발행주식총수의 1.0%)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7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사업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으나 주주들의 반발로 밥캣-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을 철회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이 분할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얼라인은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가능성이 두산밥캣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재추진하지 않을 것을 공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두산밥캣이 두산그룹 사업구조개편 당시 두산밥캣 이사회가 주식매수청구권 대응으로 사용하겠다고 결정한 1조5000억원을 그대로 주주환원(특별배당)에 사용하고, 캐터필러·디어·쿠보타 등 동종기업의 평균 수준인 65%로 주주환원율을 제고하는 밸류업 플랜을 연내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얼라인은 두산밥캣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자본시장의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한 뒤 "이사회 구성을 의미 있게 개편하고 이사회 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도입을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얼라인은 당초 주주서한을 비공개로 발송했으나 이 같은 과정이 외부에 알려져 불가피하게 주주서한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산밥캣 이사회가 다음 달 15일까지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공시, 기업설명(IR), 언론 등 공개적인 방식으로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두산밥캣은 현재 올해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2.8배 수준에 거래 중으로, 동종기업 평균인 13.6배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저평가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여부에 대해 두산밥캣 이사회가 명확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데 만약 재추진 가능성이 있다면 두산밥캣 주가가 낮을수록 두산의 지배주주 일가 입장에서 교환비율이 유리해진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종기업 평균(65%) 대비 현저히 낮은 주주환원율(18%)이 두산밥캣 저평가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이라며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 결의 시 총 1조5000억원을 주식매수청구권 대응(자사주 매입)으로 사용하겠다고 두산밥캣 이사회가 결의했는데, 이만큼은 주주환원에 사용 가능한 재원이라는 의미이므로 투자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주주환원에 그대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