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권거래소의 모습. [로이터,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홍콩 증시가 10월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넘버2’ 투자처로 다시 떠올랐다. 월간 거래액(매수+매도액) 기준으로 올해 ‘사상 최고치’ 기록 경신 등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일본 증시는 물론, 유로 증시까지 18개월 만에 한꺼번에 밀어내면서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중화권 증시 반등세에 ‘중학개미(중화권 증시 개인 소액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홍콩 증시로 쏠린 덕분으로 풀이된다.
중장기적으로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홍콩 증시를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투심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올해 10월(1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홍콩 증시 거래액은 3억7563만달러(약 5144억원)로 일본 증시 거래액 2억7725만달러(약 3797억원)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거래액이 일본 증시를 제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달 들어선 홍콩 증시 거래액이 유로 증시 거래액(3억6080만달러, 약 4941억원)까지도 제치고 미국 증시(260억7693만달러, 약 35조7124억원)에 이어 국내 투자자의 2대 투자시장으로 떠올랐다. 홍콩 증시 거래액이 일본·유로 증시를 동시에 제치고 미국에 이어 거래액 2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의 전체 해외 증시 거래액 중 홍콩 증시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38%를 기록했다. 해당 수치가 0%대를 탈출해 1%대 이상으로 복귀한 것은 지난해 12월(1.23%) 이후 10개월 만이다.
과거 홍콩 증시는 오랜 기간 국내 투자자에겐 미국 증시에 이어 ‘넘버2’ 투자처로 각인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11월 4억6697만달러(약 6395억원) 규모의 거래액을 기록했던 홍콩 증시는 지난해 4월 거래액 3억2087만달러(약 4394억원)를 찍을 때까지 65개월 연속 국내 투자자들의 2대 해외 투자처 지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이달 들어 ‘왕년의 2인자’ 홍콩 증시가 자신의 자리를 오래간만에 되찾은 셈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대한 거래에 최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중화권 증시의 반등세 덕분이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투심을 자극하며 주가를 더 높은 곳으로 밀어올린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정책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도 하향 조정해 시장에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밝힌 바 잇다. 여기에 증시 지원을 위해 총 800억위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중화권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1개월 간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 H지수는 각각 13.70%(1만7660.02→2만79.10), 16.25%(6176.03→7179.44) 씩 상승했다. 지난 7일에는 항셍지수와 홍콩 H지수가 각각 2만3099.78, 8372.97로 연중 최고점 찍기도 했다. 같은 지난 7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의 홍콩 증시 주식 보관액도 22억8138만달러를 기록, 연중 최고치에 도달하기도 했다.
국내외 증권가 전문가들은 향후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증시의 강세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 증시의 강세장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15~20% 가량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중화권 증시에 대한 ‘매수’ 의견을 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패키지가 중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들이는데 효과적이었다”며 “중국 당국이 시장에서 기대하던 재정 정책 계획을 예상보다 빠르게 발표하면서 정책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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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시가 맞이했던 상승 랠리가 중장기적인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을 가진 전문가들도 많은 상황이다. 경기 부양책의 규모가 중국 전체의 경기 흐름을 바꾸기엔 부족하단 판단에서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달 홍콩 증시에 대해 1229만달러(약 168억원) 규모의 팔자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2월 이후 9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순매도세다. 증시 반등을 투자 강화보단 차익실현의 기회로 보고 있다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화권 증시는 국경절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8일을 전후로 꺾였다.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난 8월 기준 18.8%에 이르는 청년실업률, 미국·유럽과의 무역 분쟁,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등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있어서다. 중국이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연간 5%대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시를 누른 것이다.
시선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중국 최고 입법 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쏠린다. 이때 대규모 재정정책이 승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올해 1~3분기 성장률이 4.8%에 그쳐 ‘5% 안팎’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란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의 규모로 1조~3조위안 수준으로 예상하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4조위안을 뛰어넘는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변수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 부양책이 주로 투자에 쏠린 반면, 소비를 겨냥한 정책은 0.12% 수준으로 미약하다”면서 “지금은 소비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꼬집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정책 당국의 위기 인식과 경기 부양 의지가 연속적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력하다”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의 의심과 확인 과정이 반복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증시 급등과 과열이 아닌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다. 현시점은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앞두고 부양책 모멘텀이 커질 시기”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