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 죽었다 깨도 구경 못해” 외국인도 ‘엄지 척’ 이 곳 어디길래

충남 천안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 화장실 내부.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파리에서는 5성급 호텔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시설이에요." "북한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구경할 수 없어요."

올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에 뽑힌 망향휴게소 화장실을 두고 외국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20일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망향휴게소를 찾은 프랑스인 미카엘(39)씨는 이곳 화장실을 이용한 뒤 "무척 우아하다(elegant)"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는 "파리에는 이런 화장실이 없다"며 "한국에서는 이런 화장실을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놀랐다"고 감탄했다.

망향휴게소 화장실은 목재로 벽면을 마감한 세면대와 중앙 화단이 마치 한옥 안뜰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화단 측면 수납공간을 휴지통으로 활용하지만 이 역시 같은 마감재를 사용해 단정한 인상을 풍고, 변기가 위치한 안쪽 공간은 유리 통창을 통해 따스한 햇살이 들어온다.

한옥 창살 문양으로 꾸며진 문 장식과 석등을 활용한 창밖의 외부 조경에서도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충남 천안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 화장실 내부. [연합]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7일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망향휴게소 화장실을 '제26회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배수시설·수유실·기저귀 교환대 설치로 이용자 편의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의 특징을 살린 인테리어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곳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씨가 2016년 리모델링한 곳으로, 천안향교와 전통 한옥을 모티브로 했다.

외국인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보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시나(29)씨는 "중간에 떠 있는 화단이 이국적인데, 거울로 얼굴을 확인할 때도 뒷배경에는 식물이 가득 보여 전혀 화장실에 있는 것 같지 않다"며 "햇빛이 잘 들어와서 그런지 쾌적하고, 내부 공간도 실제보다 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 화장실 내부. [연합]

함경남도 출신이라는 탈북민 윤강수(가명)씨는 "북한에서는 이런 화장실을 죽었다 깨어나도 구경할 수 없다"며 "화장실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만 봐도 남북한의 국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인 헤일리안(21)씨는 "외부 전광판으로 공공화장실 이용 현황을 실시간 알려주는 것도 캐나다에는 전혀 없다"며 "내가 한국에 사는 이유"라며 웃어 보였다.

망향휴게소 화장실은 내국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다.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망향휴게소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 같은 자리가 화장실 안에 마련돼 있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망향휴게소 화장실 내부는 깨끗하고 호텔처럼 근사하다. 세금을 이렇게 쓰면 누가 뭐라 할까", "망향휴게소 화장실은 정말 올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 "해외 잡지에도 소개됐다는데 우리 집보다 좋은 것 같다" 등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엄승섭 망향휴게소 대표는 "2016년 국민행복 최우수 화장실로 선정된 것에 이어 올해도 큰 상을 받았다"며 "이용객이 보다 더 편안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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