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연구진이 삼중수소 분리용 수전해 복합 신소재를 들어 보이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삼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이자 원자력 발전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이다. 특히 발전소 해체 및 부지복원을 위한 제염 시 발생하는 폐액에 삼중수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 방사성 폐액은 처리,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용량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연구진이 최근 삼중수소를 분리농축하는 수전해용 고효율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을 활용한 삼중수소 분리 기술에서 이온 전달 역할을 하는 고분자전해질막에 그래핀 박막을 추가 결합해 삼중수소 분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수전해 복합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해체기술개발부 박찬우 박사 연구팀은 기존 고분자전해질막에 원자 두께의 얇은 그래핀 박막을 코팅해 복합막을 만들고, 전기화학 반응을 위한 전극을 양쪽에 접합해 삼중수소 분리용 수전해 신소재를 개발했다.
기존 수전해 기술은 한쪽의 전극에서 물을 분해시켜 발생한 수소이온(H+)이 고분자전해질막을 통해 반대편 전극으로 이동하고, 여기서 촉매로 수소이온을 결합시켜 수소 기체(H2)를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수소뿐만 아니라 삼중수소나 중수소 등의 동위원소도 전극에 이동해 수소 기체에 혼합되어 나온다.
연구팀은 수소 외에 삼중수소 등의 동위원소 이온들이 전극에 이동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걸러주는 거름막으로 그래핀 박막을 추가해 삼중수소 분리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는 원자의 질량이 무거울수록 그래핀 박막의 좁은 육각형 탄소 고리를 통과하는데 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즉, 수소보다 질량이 높은 삼중수소 등의 동위원소는 그래핀 박막을 통과하기 어려워 대부분 폐액에 남게 되고 소수만 전극에 도달한다. 이마저 수소이온 결합으로 수소 기체를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대부분 제외되어 폐액에 잔류하게 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 신소재는 기존 상용제품 대비 삼중수소 분리 성능이 약 1.4~2배 정도 높다. 특히 삼중수소수를 1회만 처리해도 배출되는 수소 기체에서 삼중수소 비율을 1/15 이하로 줄일 수 있어 국내의 배기 중 배출관리 기준 충족에도 도움이 된다.
삼중수소 분리용 수전해 복합 신소재 시작품.[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이 기술로 삼중수소 폐액에서 수소 기체를 분리배출하면 폐액이 줄어들어 폐액 처리 및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핵융합,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산업에서 필요한 수소 동위원소 분리 기술에도 응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10월호에 게재됐다.
향후 연구팀은 배출되는 수소기체 내 삼중수소를 회수하는 기술 등을 연계해 삼중수소 제거 성능과 방사성 폐액 감용이 극대화된 소형 처리장치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백민훈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장은 “수소 동위원소 분리는 국가전략산업 및 방사선 안전관리에서 중요한 기반기술”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