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더라도, 형벌이 아닌 법률 조항에 대해선 소급(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영향을 미침)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재심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금속노조 측에서 “재심을 허용해달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2010년 9월, 전국금속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일부가 위법하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노동청은 협약 중 ‘조합업무에 전임하는 자의 전임기간은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고, 임금 및 급여 일체를 지급한다’는 등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금속노조는 시정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에선 금속노조의 주장이 일부 인정됐다. 단, 사측이 노동조합 사무실 유지비나 운영비를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됐다. 금속노조는 “지원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016년 3월께 이 부분 패소가 확정됐다.
상황은 약 2년 뒤에 달라졌다. 패소가 확정된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회사의 노조 운영비 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노동조합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노조 운영과 관련된 경비 마련은 원칙적으로 노조 스스로 정할 문제”라며 “회사가 노조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정하는 것이 근로 3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후 국회에선 법률을 개정했으나 소송을 냈던 금속노조 당사자들은 개정 법률을 적용받지 못했다. 개정안이 그 효력을 법률 개정 이후부터 발생하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발해 금속노조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형벌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엔 소급효를 인정하지만, 형벌 조항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엔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인정했다.
이어 “노조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은 형벌에 관한 조항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해당 조항은 소급해 효력이 상실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