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것과 관련해 국제회의에서 처음으로 논의됐다. 북한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첫 반응을 내놓았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주유엔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발언권을 얻어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18일 우리 국가정보원이 북한 특수부대 1500명이 러시아로 1차 이송됐고, 향후 총 1만2000명이 파병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첫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북한 대표부 관계자의 발언은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의 발언에 대한 답변권 행사 과정에서 나왔다. 이 관계자는 “이들 국가가 주장하는 주권 국가 간의 이른바 무기 이전은 (군축·국제안보 관련) 토론 주제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 평화 및 안보 유지를 주제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식회의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북한은 국제규범과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 왔지만, 북한의 군대 파견은 우리마저 놀라게 했다”며 규탄했다.
이어 “아무리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절박하더라도 악명 높은 불량국가의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런 도박을 하면서 전쟁 흐름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황 대사가 언급한 ‘악명 높은 불량국가’는 북한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러시아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사는 북한군의 파병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을 짚었다. 북한 문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북한이 군사적, 재정적 지원 혹은 핵무기 관련 기술과 같은 반대급부를 러시아로부터 기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대사는 동맹국 및 우방국과 협력해 대응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한미일 등 11개국이 참여해 발족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통해 대북제재 위반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은 북한군 파병은 서방 측이 만든 ‘부기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부기맨은 아이에게 겁을 줄 때 들먹이는 귀신을 일컫는 말이다. 바실리 네반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을 부기맨으로 삼아 두려움을 팔며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항변했다.
최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