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단체 ‘알카르드 알하산’, 어쩌다 헤즈볼라 ‘돈줄’ 됐나 [세모금]

2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알카르드 알하산 건물.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스라엘이 21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알카르드 알하산’ 관련 시설 약 30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자선단체로 등록된 알카르드 알하산을 이스라엘이 집중 표적으로 삼은 것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을 끊기 위해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마제흐 지역을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물을 제거했다고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알카르드 알하산은 1983년 설립된 레바논의 금융기관으로 초기에 자선단체로 시작했다.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의 금융 원칙에 따라 돈을 빌려주던 기관이었다. 저축 계좌 등을 운영하고, 이자 대신 금, 보석 혹은 귀중품을 담보로 5000달러 이하의 대출을 하는 일반 금융기관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됐다.

설립 초반에는 주민들을 위해 운영되던 이 기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헤즈볼라의 은행이 됐다. 이자를 받지 않기에 알카르드 알하산은 약 30개의 지점을 보유했음에도 중앙은행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2007년 알카르드 알하산을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 당시 재무부는 헤즈볼라가 해당 은행을 “테러 그룹의 금융 활동을 관리하고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한 은폐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봤다.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헤즈볼라의 재정적 거점에 일련의 정밀 타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어젯밤 우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수천만 달러의 금과 현금이 보관된 지하 금고”였다며 “해당 자금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헤즈볼라의 공격을 위해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수도 베이루트 알사헬 병원 아래 현금과 금이 가득 찬 별도의 벙커를 언급하며, 군이 해당 병원에 대한 공격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벙커에는 최소 5억달러의 달러 지폐와 금이 보관돼 있다”며 “이 돈은 레바논 국가를 재건하는 데 여전히 사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알카르드 알하산이 헤즈볼라 연계 금융기관으로 연간 약 7억5000만달러(약 1조365억원)의 범죄 자금을 조달한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알카르드 알하산의 문서가 흩어져 있다. [AP]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NYT에 따르면 레바논에 있는 은행 중 현금을 보유한 곳은 드물며, 알카르드 알하산만이 금이나 달러를 보관했을 확률이 높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의 작전 수행이 레바논 시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적인 테러 조직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레바논 경제와 민간인 재산 피해는 이미 극심한 상황이다.

마크람 오와이스 레바논 정책 연구 센터 전무이사는 “베이루트에 위치한 알카르드 알하산 지점 대부분이 상업용 건물과 주거용 건물이 혼합된 1층을 차지하고 있다”며 “(알하산 공격이) 헤즈볼라에 직접 피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많은 레바논 국민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레바논 경제는 한마디로 재앙상태”라며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은 2019년에 거의 붕괴됐다. 은행 계좌를 보유한 사람들은 몇 년 동안 대부분의 자금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레바논 인구 3분의 1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최근 한 달 동안 이스라엘 폭격으로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백 채의 건물이 붕괴됐기 때문에 빈곤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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