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를 40여 일 앞둔 17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모습. 1만2032가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단일 단지 기준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다. [연합] |
“내년 1월에 은행권 가계대출이 리셋되니, 입주를 연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시작을 한 달여 앞두고 은행들의 치열한 금리경쟁이 시작됐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자 입주 날짜를 늦추는 입주예정자들이 늘고 있다. 내년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더 높은 대출한도를 기대해볼만 하고, 금리 인하 효과까지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로 인한 대출 절벽이 내년 1분기까지도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둔촌주공 입주, 은행들 대출경쟁 시작…“입주 내년으로 미룰래요”=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둔촌주공에 집단대출 취급기관으로 선정된 일부 지점들은 주민들에게 대출접수를 받고 있다. 아직 대출 접수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문의하는 개개인에게 유선으로 내용을 안내하는 등 은행권의 대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3%대 후반에서 4%대 중반까지로 언급되지만 정확한 건 아직 미정이다. 잔금대출은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다주택자의 경우 60%까지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인 5년 금융채에 가산금리가 붙어 결정되는데, 이 기준금리는 대출 실행일에 결정되기 때문에 같은 입주민간에도 금리가 다를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렇게 은행들의 대출에도 윤곽이 나왔지만,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선 입주 날짜를 늦추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둔촌주공의 시공단은 최근 입주자 사전점검을 실시하면서 입주기간을 오는 11월 27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로 안내했는데, 올해 안에 입주를 마치려던 이들도 그 시기를 내년까지 늦추는 것이다.
입주날짜를 늦추는 이유는 내년이 돼야 더 높은 한도의 대출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국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매년 금융사별로 가계대출 잔액 증가 목표치를 받아 총량을 관리하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대출 규제가 강한 연말보단 다시 집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내년 초가 더 낫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한 둔촌주공 입주 예정자는 “전셋집이 빠지는 날짜가 12월이라 바로 입주 예정이었지만, 내년 초까지 입주를 미루고 더 지켜볼 예정”이라며 “내년 초에 시중은행의 대출한도가 리셋되면 더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공단이 지정한 입주기간 안에서는 입주자 뜻대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 대출 총액 최대 3조…은행도 당국도 ‘예의주시’=실제 은행들은 현재 기준금리와 금융채 금리가 내려감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잔금대출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 2억원의 가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최대 8배인 16억원까지 한도가 가능한데, 은행입장에선 이를 모두 내줄시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할 수 있어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둔촌주공의 입주 관련 대출 총액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둔촌주공 입주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급중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대출 규제 완화없이) 지금 기준으로 하는 부분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의 준공승인과 임시사용승인이 당장 모두 불가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서울 강동구가 기반시설 공사가 중단된 올림픽파크레온에 대해 준공승인과 임시사용승인을 모두 내주지 않을 시 중도금대출 상환 등을 위한 잔금대출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다만 1만2032세대에 이르는 대형 단지를 두고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한 상태라 준공승인 연기 등이 실제 입주 예정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자는 임시사용승인만으로도 은행 본점심사 등을 통해 잔금대출이 가능하다.
▶내년엔 전세대·정책대출도 DSR 포함될 수…대출관리 1분기까지 강화할 듯=하지만 이같은 입주민들과의 계산과는 달리 업계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대출 절벽이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계획도 포함해달라고 주문했다. 전세대출과 정책대출까지 DSR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을 지시한 셈이다. 내년에도 대출문턱이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질 거라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지난 21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1조3387억원으로 지난 9월 말(730조9671억원) 대비 잔액이 3716억원 증가했다. 여전히 주담대가 같은 기간 574조5764억원에서 574조9049억원으로 3000억원 넘게 증가하는 등 증가폭은 줄었지만, 증가세는 여전한 모양새다.
은행권의 집단대출 증가가 이같은 증가세를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은행권 주담대 중 집단대출은 전월 대비 5000억원 감소한 8월과 달리 9월에는 3000억원 늘어나며 상승전환됐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