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주요 대기업 상장사 대표이사들의 자사주 순매수액이 최근 3년간 꾸준하게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이 기간 자사주 순매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표이사는 현재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치열하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6곳에서 2022년부터 3개년간(17일 기준) 재직한 바 있는 대표이사 613명을 대상으로 자사주 취득·처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자사주 순매수액은 2022년 -244억8400만원, 2023년 -30억7100만원, 2024년 276억4000만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후에도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자 주요 기업 대표이사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강화 등을 위해 매년 자사주 매입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장사 대표이사의 자사주 매수액은 288억8900만원, 매도액은 12억4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매수액 324억1900만원, 매도액 354억9000만원)와 비교하면 307억원 늘었다.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자사주 매입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3개년 누적 순매수액이 가장 큰 대표이사는 최윤범 회장으로 조사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 자사주 122억6600만원어치를 매수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 대표이사 임기 만료 전까지 25억2600만원을 추가 매수해 최근 3년간 총 147억9200만원의 자사주를 순매수했다.
이어 현석호 화승인더스트리 대표(80억원), 구자겸 NVH코리아 대표(76억2500만원), 정몽익 KCC글라스 대표(70억9700만원),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51억6400만원),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27억77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자사주를 가장 많이 순매도한 대표이사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으로 나타났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오뚜기라면지주에 384억46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도했다.
이어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320억2100만원),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18억4000만원), 최경 코스맥스 대표(12억4900만원),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전 대표(8억6300만원), 권영식 넷마블 대표(5억86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다만 최문호 대표와 권영수 전 대표는 해당 기간 자사주 매입도 함께 진행했다. 이에 따라 최 대표는 총 11억5200만원을 순매도했고, 권 전 대표는 총 1억3000만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놓고 봤을 때 자사주를 가장 많이 매수한 대표이사는 현석호 화승인더스트리 대표(80억원)다. 이어 정몽익 KCC글라스 대표(70억9700만원), 최윤범 회장(25억2600만원), 전성호 솔루엠 대표(19억600만원), 곽정현 KG케미칼 대표(11억4300만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7억39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올해 자사주를 순매도한 대표이사는 최경 코스맥스 대표가 유일했다. 최 대표는 올 3월 선임 후 2개월 만에 자사주 12억49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올해 오너 대표의 자사주 매수액은 219억6600만원으로 전문경영인(69억2200만원) 매수액의 3.2배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2.5배)와 2022년(1.2배)에 비해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