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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시내 설치된 4대 은행 ATM 기기의 모습.[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정호원 기자] 가계빚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 강화 및 금리 인상이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의 수도권 쏠림을 불러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시중은행이 가계빚 관리를 위해 연달아 대출금리를 올리고 9월부터 수도권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 부과하는 규제가 시행됐음에도, 은행권 주담대의 수도권 비중은 60%를 넘겼다.
수도권에선 대출 금리가 올라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탄탄한 반면, 비수도권은 금리가 오르자 빠르게 매수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에 수도권 중심의 대출 규제 강화가 거꾸로 지역별 주택시장 양극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8일까지 시중은행 4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이 신규 취급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조6604억원으로 지난 9월(3조6256억원)과 비교해 1조9652억원(54%)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일평균(영업일 기준) 취급액의 경우 1660억원으로 9월(2014억원)과 비교해 17%가량 줄었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지난 6월 최저 2%대로 내렸던 주담대 금리를 지속해 상향 조정했다. 이에 최근 주요 은행 주담대 금리 하단은 일괄 4%대를 넘어섰다. 여기다 유주택자 신규 주담대를 제한하는 등 비가격 정책도 지속 강화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동시에 주담대 수요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가속화했다. 지난 9월 시중은행 4곳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5조5247억원)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담대(3조6256억원) 비중은 65.6%로 8월(54.9%)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신규 취급액 중 수도권 주담대 비중은 61.8%로 60%대를 넘어선 상태다.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발효되면서, 수도권 주담대 문턱을 높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움직임은 정책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풀이된다. 이 규제는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에 1.2%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한다. 비수도권(0.75%포인트)보다 더 높은데, 비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더 위축된 것이다.
실제 규제 시행 직전인 8월까지 월별 주담대 취급액에서 수도권 비중은 한번도 60%를 넘긴 적이 없다.올 들어 8월까지 주담대 대출 가운데 수도권 비중도 평균 55.2%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9월 들어 대출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수요가 가장 높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린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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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양극화 현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3.3㎡ 기준)은 0.86%로 집계됐다. 서울과 경기의 경우 각각 1.49%, 1.06%로 1%대를 넘어섰다. 반면 지방의 경우 광주 –1.12%, 부산 –1.07%, 대전-0.46% 등으로 주요 도시에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가 효과를 발휘한 이달 들어서도 양극화 기조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두 번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 대비 0.11% 상승하며 지난주(0.1%)와 비교해 소폭 늘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오르며 0.2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0.03% 감소하며, 지난주(-0.02%)과 비교해 하락폭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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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은행 영업점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주담대 규제가 장기화하며, 부동산 양극화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출금리 인상 등 가격 위주의 규제가 이어질 경우,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일부 지역의 가격은 되레 상승 압박을 받는 반면, 비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급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출규제 영향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금리보다 대출수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비교적 주택가격이 낮고 유효수요가 많은 비수도권은 금리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라면서 “대출수요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도 수도권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오르면서 수도권-비수도권 간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약 3년 2개월 만에 결정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인상을 통한 수요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21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5년 주기형 기준)는 4.15~5.72%로 지난 11일(3.99~5.78%)과 비교해 하단이 0.16%포인트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