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22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법인 증시 상장 기념식을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뭄바이)=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L)의 인도 증시 상장을 기점으로 양적·질적 성장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
현대차 최고경영진이 HMIL의 현지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생산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인도를 수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장 사장을 비롯해 김언수 현대차 인도법인장과 타룬 가르그 인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 등 현대차 최고경영진은 22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 있는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HMIL 현지 증시 상장 기념식을 마치고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장 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화가 시작된 상황에서 HMIL 상장을 계기로 인도를 생산 및 수출 거점으로 만들 것이냐느 질문에 “앞으로 1년간 인도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 완성차 시장은 약 5%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향후 성장 잠재력도 크다”라며 “이것이 인도 시장이 중요한 이유이며, 현대차는 현지 생산능력과 더불어 이제 연구개발(R&D)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을 인수한 이후 현대차 자체적으로 100만대 이상의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또한,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R&D 센터는 지금보다 2배 이상의 확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인도 생산기지는 인도 내수 시장뿐 아니라 아세아 그리고 일부 아중동, 유럽으로의 수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 전기차 분야에서의 역할을 추가적으로 부여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용(왼쪽부터) 현대차 IR담당 전무,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타룬 가르그 인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김언수 현대차 인도아중동대권역장(부사장). 뭄바이=서재근 기자 |
인도에서의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중추적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100만대 생산체제·전동화 생태계 구축 등 ‘2030 중장기 전략’도 수립한 현대차는 인도 푸네공장에 현대차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연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장 사장은 또 “HMIL IPO는 갑자기 정해진 것이 아니다. 현지 시장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견 등을 들어본 결과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라며 “이제는 상장 규모를 넘어 상장 이후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현대차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르그 COO는 “현대차는 이미 아이오닉 5를 출시해 기준점을 형성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첫 현지 생산 전기 SUV 모델 크레타 EV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어 3종의 전기차를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좀 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현지화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배터리 현지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고, 리튬인산철(LFP)셀을 생산하기 위해 로컬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완전한 현지화에 다가가면, 전기차 섹터에서 더 많은 포지션을 확보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동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김언수 법인장은 인도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꼽았다. 그는 “아직 인도는 전기차 초기 단계로,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많은 글로벌 저기차 제조사들이 인도시장에서 전기차를 내놓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라며 “현대차는 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를 인도시장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4종의 전기차를 잇달아 론칭할 예정이며,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배터리는 BSA(배터리시스템), PE(전기차 구동) 시스템 현지화를 계획 중”이라며 “이 외에도 현지 충전 인프라 구축 확대를 위해 여러 분야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장재훈(왼쪽부터) 현대차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아쉬쉬 차우한 인도증권거래소(NSE) 최고운영자(CEO) 등이 현대차 인도법인의 인도증시 상장을 기념하는 타종식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
현대차 최고경영진은 HMIL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사 간 상생경영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김언수 부사장은 “HMIL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있다. 지난 2011년 결성돼 현재 매 3년마다 임금 및 단체협약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HMIL은 근로자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항상 이들의 어려움을 먼저 선제 파악해 대응하고 있으며,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노조 설립 이후 줄곧 무분규·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HMIL은 이날 오전 9시 인도 뭄바이 NSE에서 현지 증시 상장 기념식을 개최했다. HMIL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서 인도 증시 사상 두 번째에 상장 기업으로 현대차 해외 자회사 가운데 첫 번째 사례다.
HMIL의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의 최상단인 주당 1960루피(약 3만2000원)로 책정됐으며, 주식 배정 청약 마감 결과 공모 주식 수의 2.39배의 청약이 몰렸다. 공모가 기준 전체 공모액은 인도 증시 사상 가장 큰 4조5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