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규모 현장에 초대형 설비 ‘입이 쩍’…국내 최대 프로젝트, S-OIL의 미래 [그 회사 어때?]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22일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S-OIL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크래킹 히터가 구축되고 있다. 한영대 기자
S-OIL 샤힌프로젝트 공사 현장 전경. [S-OIL 제공]

[헤럴드경제(울산)=한영대 기자] 22일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S-OIL의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S-OIL 울산 공장 정문에서 자동차로 1분 거리에 있는 48만㎡(약 15만평) 규모의 공사장 부지 한 켠에 아파트 14층 높이에 달하는 초대형 설비인 크래킹 히터(원료를 열분해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 8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공사장에 설치된 크래킹 히터는 가로 10m, 높이 40m, 무게 3200톤에 달했다. 추가 부품 설치가 완료되면 크래킹 히터 높이는 아파트 20층 이상 높이인 67m까지 올라간다. 샤힌프로젝트 부지에는 크래킹 히터 2기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크래킹 히터는 스팀 크래커 핵심 설비 중 하나이다. 스팀 크래커는 열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 원재료인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분해해 제품을 생산하다. 샤힌 프로젝트에 건설될 스팀 크래커는 석유화학 기초 제품인 에틸렌을 연산 180만톤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단일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이다.

지난해 3월 착공된 샤힌 프로젝트에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이 투자된다. 지난해 말까지 1조6500억원이 집행됐고, 올해 들어서는 2조7000억원을 지출했다. S-OIL 관계자는 투자금 조달과 관련해 “추가적인 신용 한도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프로젝트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규모 투자에 걸맞게 공사 과정에 설치되는 전선 케이블만 8522㎞, 철골 규모는 8만9000여톤에 달한다. 공사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양은 레미콘 트럭 5만8000여대가 실어야 할 정도다. 현재 공사 시 하루에 동원되는 인원만 4200여명이다. 추후에는 1만4000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S-OIL은 설명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지 정지 공사 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재 건설 현장의 전체 EPC(설계·조달·시공) 공정 진행률은 약 40%이다. 공사장 곳곳에는 생산시설 뼈대 역할을 하는 철근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 6월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공 시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만 연산 320만톤이다.

S-OIL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크래킹 히터를 설치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S-OIL 제공]
석화 사업에 잇따른 조단위 투자
S-OIL의 잔사유 고도화 설비 전경. [S-OIL 제공]

S-OIL은 1976년 설립된 쌍용정유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현재 S-OIL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와 처음으로 인연으로 맺은 건 1991년이다. 당시 아람코가 쌍용정유에 처음으로 지분 투자를 했다. 이후 1999년 외환위기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쌍용그룹으로부터 쌍용정유 지분을 사들이면서 2000년 S-OIL이 탄생했다.

S-OIL은 2000년대부터 석유화학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조3000억원을 투입해 연산 90만톤의 파라자일렌, 28만톤의 벤젠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 2011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2018년에는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정유·석유화학 복합 시설인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DC)를 준공했다.

S-OIL이 석유화학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탈탄소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휘발유를 비롯한 기존 정유 제품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논란을 겪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정유 제품 소비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S-OIL 울산 공장 견학관에 전시된 S-OIL의 ‘비전 2030’. 한영대 기자

이때 S-OIL이 주목한 것이 바로 석유화학 제품이다. 석유화학 제품은 플라스틱 등 일상에서 쓰이는 생활제품에 적용되는 만큼 수요가 꾸준하다. 유가에 연동되는 정유 제품과 달리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S-OIL은 석유화학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 2020년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기준 S-OIL 석유화학 사업 매출은 2조4053억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이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 매출 비중이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성훈 S-OIL 공장지원부문장은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을 비롯해 여러 가지 대외 리스크는 있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2026년에는 (전방 사업인)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OIL은 지난해 3월 윤석열(왼쪽 일곱번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시 울주군에서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을 개최했다. [S-OIL 제공]
아람코 원천 기술 세계 최초 가동
지난해 11월 진행된 S-OIL TS&D센터 준공식에서 안와르 알 히즈아지(왼쪽 여섯번째) S-OIL CEO가 참석자들과 테이프 컷팅식을 하고 있다. [S-OIL 제공]

아람코가 공을 들이는 만큼 샤힌 프로젝트에는 최첨단 설비가 구축될 계획이다. TC2C가 대표적이다. 아람코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TC2C는 원유에서 바로 석유화학 제품 원재료를 생산하는 설비이다.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가동되는 것이다. S-OIL 관계자는 “아람코의 전세계 자회사 중 우리나라가 설비·기술적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TC2C가 한국에서 최초로 가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유 생산에 중점을 둔 기존 원유정제설비와 달리 TC2C는 석유화학 제품 원재료를 집중적으로 생산한다. 정제 과정에 신규 분리 및 촉매 기술도 적용했다. TC2C는 기존 원유정제설비보다 최적화된 공정과 높은 에너지 효율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동건 S-OIL 프로젝트 구매·관리·조정부문 상무는 “(TC2C를 거쳐 생산되는) 제품은 국내 톱 석유화학 업체들의 제품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높다”고 자신했다.

S-OIL TS&D센터 전경. [S-OIL 제공]

이외에도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머를 생산하는 공장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화 창고를 건설해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탈탄소 트렌드 대응 차원에서 최초 설계 단계부터 탄소 배출량을 약 2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설비 등도 갖췄다.

S-OIL은 연구개발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을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444억원을 투자해 서울시 강서구에 연구개발 시설인 TS&D 센터를 준공했다. TS&D센터는 현재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및 저탄소 신에너지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2026년 이후에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분야의 신기술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S-OIL 마포 본사 사옥. [S-OI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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