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2024 브릭스 정상회의가 볼시예 카바니의 카잔 엑스포 국제 전시 센터에서 개최됐다. [타스]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CIS)가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국제 지불 시스템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인한 서방의 각종 제재로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제안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달러가 정치적 수단이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국가들의 새로운 투자 플랫폼과 곡물 거래소 등을 만들자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브릭스 투자 플랫폼 창설을 제안한다"며 "이는 우리 국가 경제를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글로벌 사우스·이스트'에 재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 증가하고 일방적인 제재, 보호주의, 불공정 경쟁의 관행이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브릭스 국가들은 경제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우마 호세프 신개발은행(NDB) 총재가 "달러가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발언하자 "실제로 그렇다"고 동의하면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러를 이용하는 것은 달러의 신뢰를 떨어트리기 때문에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달러를 거부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지만, 달러와 함께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서방의 견제를 받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브릭스 국가가 주도적 역할을 발휘해 재정·금융 협력 심화와 금융 인프라 상호 연결 촉진, 높은 수준의 금융 안보 수호, NDB 강화에 나서고 국제 금융 시스템이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를 더 잘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제16차 브릭스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신화통신] |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이란, 이집트 등 브릭스 가입국 정상들이 회의 후 채택한 '카잔 선언'에도 새 투자 플랫폼과 곡물거래소 창설 계획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해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던 브릭스 단일통화나 암호화폐 사용에 대한 언급은 카잔 선언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5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모디 총리에게 “협력이 양국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과 인도가 개발도상국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두 국가의 우호적인 관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