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무게의 상품을 들고 다니는데 무리가 없어요. 1㎞ 거리 내외를 걸으면서 운동 삼아 하고 있습니다.”(부산 거주 64세 시니어배달원 장모 씨)
60대 이상 취업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계속고용과 정년연장 등 고령층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한노인회가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높여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한 가운데 유통업계도 시니어일자리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GS리테일의 배달플랫폼 우리동네 딜리버리 우친에 등록된 시니어배달원 수는 약 1200명으로, 평균 연령은 65세다. 지난 3월 서울시, 부산시 어르신취업지원센터와 업무협약 이후 신규 유입된 인원이다. 남성과 여성 배달원 비중은 각각 66%, 34%였다.
스마트폰 사용방법과 고객 소통(CS) 등 기본 교육을 받은 시니어배달원은 GS25, GS더프레시를 비롯해 올리브영, 버거킹 상품을 배송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 8개월 동안 시니어배달원의 피드백을 종합해 내년부터는 시니어리더 시스템을 도입, 신규 배달원을 직접 교육하는 멘토링 과정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업은 GS리테일이 직접 시니어배달원에게 배달비를 지급하는 민간 일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노인일자리는 시니어인턴십 등 정부 지원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노인일자리의 민간형 비중은 21.5% 수준이었다. 민간형 일자리는 평균 임금이 높고, 공공 재원 의존도가 낮다. 정부는 2027년까지 전체 노인일자리 중 민간형 일자리를 40%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유통업계는 현재 배달, 매장 서비스 직무에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시니어 정기·예약 배송 서비스 스타트업 내이루리를 통해 점심식사 간편식을 배송한다. 내이루리는 60~74세 배송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업체다. 이 업체 배송원은 2021년 11월 6명에서 올해 10월 기준 70여명으로 증가할 만큼 성장했다.
맥도날드도 민간형 노인일자리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2000년대 초반부터 55세 이상을 채용한 맥도날드의 55세 이상의 시니어크루 인원은 이달 기준 755명이다. 2015년(약 240명)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스타벅스는 보건복지부·한국시니어클럽협회와 2019년부터 협약을 맺고 DT(드라이브스루) 시니어서비스맨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 선순환의 관점에서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직무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은 노인빈곤율 1위 국가로, 늘어난 수명만큼 생존을 걱정하는 인구가 늘수록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동화 등 기술 변화는 소비 선순환 효과가 작아 노인일자리 확대가 필수”라고 분석했다. 이어 “무조건 새로운 일에 투입하는 것보다 경험에 맞는 직무를 개발하고 연결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