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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끊임없이 오르는 재료비와 연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일본에서 폐업하는 라멘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라멘 가게 업주들이 파산할 전망이라며 올해 1~7월 라멘 가게 업주 49명이 1000만엔(약 91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파산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수많은 라멘 가게가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상승한 이유가 크다. 특히 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밀가루 등 원재료 수입 비용이 크게 올랐다.
1년 반 전 도쿄에 라멘집을 오픈한 점주 다이세이 히카게(26)는 1년 반 동안 세 번이나 라멘 가격을 올렸다면서 “라멘은 더 이상 서민을 위한 저렴한 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페셜 라멘’ 가격은 오픈 초기에 비해 47%나 올라 현재 1250엔(약 1만14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히카케는 “원래는 밥을 무료로 제공했지만, 밥값이 두 배 오른 뒤로는 더 이상 무료로 제공할 수 없게 됐다”며 “라면 국물을 끓일 때 쓰는 돼지뼈 가격이 많이 올라서 라멘 가격을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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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가게 업주들은 오는 27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총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상승한 물가를 상쇄하기 위한 보조금 도입을 고려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이 라멘 광팬이라고 밝힌 집권 여당 자유민주당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야당은 기업과 가계의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약속했었다.
라멘 가게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생계비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는 총선을 앞둔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하지만 다이이치 생명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도시히로 나가하마는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지원 정책을 퍼붓는 경향이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산성이나 임금을 올릴 수 없는 좀비 기업들이 너무 많이 살아남는다면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