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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서울시가 시내버스회사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을 사후정산에서 사전확정 형태로 전환한다. 이번 변화로 인해 시내버스 운송업 유관기업에 대한 인수 매력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시내버스회사는 수익방어를 도모할 수 있고 안정적 영업이 가능해 사모펀드(PE) 운용사의 단골 투자처가 됐던 바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운송 적자분 전액을 시에서 보전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미리 정해둔 상한선 내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04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20여년만의 변화다.
투자업계에서 시내버스 운수사에 대한 매력도를 달리 고려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버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운수사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준공영제란 운수사가 운송수입금으로 운행비용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해당 손실분을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버스 1대당 정비비·차량 보험료·인건비 등에 대한 평균치를 매겨 표준운송원가를 책정, 이를 지자체가 운행 대수·거리 등에 따라 개별 버스회사에 지급한다. 버스회사가 승객이 적은 노선을 폐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됐다.
정해진 노선을 적당한 배차간격으로 운행하는 등 규정에 맞춰 운영하면 적자가 나더라도 지자체가 손실을 메꿔주던 구조다. 다만 이에 대해 기존대로 적자를 일부 보전하지만 미리 정한 상한선을 지키겠다는 게 새로운 운영방식의 골자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시내버스회사에 외국계 자본 진입을 배제하고, 배당성향을 100% 초과하지 않으며, 한 달 치 운전자본을 상시 보유하게끔 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이러한 사전확정제는 오는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제도개편 시도는 그간 민간자본이 시내버스에 유입돼 공공성이 훼손됐으며, 서울시의 부담이 갈수록 확대된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서울에서는 7000여대의 버스를 65개 사업체가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 서울시내 6곳 운수사를 PEF 운용사 차파트너스가 순차 매입해왔다. 마찬가지로 인천·대전 등에서도 운수사 일부를 차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일찌감치 시내버스 운수업에 주목해 전국 각지에서 버스운영회사를 매입해 온 운용사다. 2019년 서울시 운수사 한국비알티(BRT)와 인천 운수사 명진교통 인수를 시작으로, 현재 서울·인천·대전·제주도 등지에 위치한 버스회사 약 20여곳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다만 차파트너스가 펀드 만기를 앞두고 투자기업에 대한 매각작업에 착수하자 시장에서 잡음이 일었다. 외국계 운용사 등이 인수 검토할 움직임을 보이자 서울시 재원이 외국 투자사의 배를 불려주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차파트너스가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과정도 함께 주목받았다.
산업에 이해도가 밝은 시장 관계자들은 서울시내버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특성상 일반 민간기업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의 제도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투자를 검토했던 이들은 기업 재평가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시민의 통행권을 보장한다는 공영성과 특수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아직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변화에 맞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