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 해외부동산서 ‘841억’ 손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속속 다가오면서 농어촌 지역 농협·수협조합의 막대한 투자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수협중앙회가 투자한 해외부동산 자산에선 코로나 이후로 1100억원대의 손실 위험이 발생, 이 중 840억원이 넘는 자금이 최종 손실을 보고 청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역시 120억원대의 손실이 났다. 업계에선 금리는 내렸다지만 재택 근무 확산으로 공실률이 여전히 높아 ‘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며 만기 연장에 급급한 ‘폭탄 돌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25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농협·수협 중앙회 해외투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두 기관이 투자한 해외부동산 펀드 등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한 상품은 총 6건으로, 투자 원금은 25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손실 처리되거나 중간 회수금을 제외한 투자 잔고는 1003억원으로 투자 원금보다 1497억원(60%) 쪼그라든 상태다. 이 같은 투자 실패로 수협중앙회는 2건의 해외 부동산 펀드를 청산해 841억원을 최종 손실 처리했다.

투자 원금 전액을 날린 건도 있다. 수협중앙회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투자부동산투자신탁제70호’에 500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 2022년 5월 펀드 청산 과정에서 전액 손실을 봤다. 2020년 282억원, 2021년 218억원 각각 손실을 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오피스, 상가 등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사상 최고로 치솟고, 고금리 여파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급락한 탓이 컸다. 올해도 ‘헐값’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수협중앙회는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에 투자하는 ‘이지스글로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41호’ 펀드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341억원 최종 손실을 봤다. 투자액(409억원) 대비 원금 회수율은 단 16%에 그친다.

문제는 제값을 받기 어려운 펀드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미국 워싱턴 DC 업무중심지구 소재 오피스 1801K 스트리트 빌딩(1801K)가 대표적이다. 수협중앙회는 1801K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부동산 펀드를 264억원을 투자, 현재까지 158억원 손실을 내고 있다. 투자액 대비 손실률은 60%에 이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당 펀드에 대해 “대주단과 대출 만기 연장을 체결, EOD(기한이익상실) 유예 합의를 마치고 향후 정상화 방안을 추가 논의 중”이라고 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손실을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미국·유럽 등 코어 오피스에 약 300억원 투자한 ‘삼성SRA글로벌코어오피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는 지난해 9월 만기였지만 가까스로 연장된 상태라고 한다.

농협중앙회는 “편입자산 3개 중 1개는 전손(42억원) 처리했다”면서 “잔여 2개 자산은 향후 매각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농협중앙회의 739억원이 묶여 있는 부동산 투자 건(Tenth and Market, LLC)에 대해선 “EOD 발생 당시 손상처리(87억원)했고, 현재 정상화 완료로 향후 회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오피스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최대한 매각을 미루는 조치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임원은 “금리가 조금씩 빠져서 자금 조달하기엔 숨통이 트였다지만 임대차(공실률) 회복은 여전히 미지수”라며 “현재로썬 금리가 (이자 상환 등) 버틸 수 있는 수준까지 내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병진 의원은 “해외 부동산 시장의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원금 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조속히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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