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과 양자회담을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에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브릭스 플러스/아웃리치’ 행사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유엔 헌장, 국제법, 유엔 총회 결의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고 연설했다.
이 발언에 푸틴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사무총장님은 우리 모두 하나의 큰 가족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씀했지만 불행히도 가정에서는 종종 다툼과 소란, 재산 분할, 가끔은 싸움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풀이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중동 평화도 촉구하면서 “가자지구에 휴전과 모든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이 필요한 것처럼 레바논의 휴전도 필요하다”며 “계속되는 확전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즉각적인 인도주의 조치와 분쟁 해결 노력을 촉구하면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두 국가 해법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초기인 2022년 4월 모스크바를 찾은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범죄자’인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에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며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잘 알려진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브릭스 정상회의의 마지막 행사인 브릭스 플러스/아웃리치는 브릭스 미가입국 정상과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도 참여한 회의로 이날 약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3시간25분 동안 진행됐다.
브릭스 정상회의 폐막 후 푸틴 대통령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별도 양자회담을 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악수하는 장면은 공개했으나 회담 모두발언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담 전 타스 통신은 양측이 우크라이나 주변 정세와 중동 위기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과 흑해의 안전한 항행, 유엔 개혁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유엔 창설을 기념하는 유엔의 날(국제연합일)에 회담이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이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열렸다. 유엔 사무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어느 편에서든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군사력이 추가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도 만나 중동 위기에 대해 논의했다.
아바스 수반은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계속하자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하며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이 미래에 회원국, 파트너, 옵서버 등 어느 형태로든 브릭스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아바스 수반은 브릭스 플러스/아웃리치 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파괴적인 전쟁과 대량 학살을 시작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일이 멈춰지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 무함마드 울드 가주아니 모리타니 대통령,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스릅스카공화국(RS)의 밀로라드 도디크 대통령과도 회담했다.